"정착 어려워"…'자동차깡'으로 해외 떠났던 탈북자 '집유'
차 구입비 명목으로 4700만원 대출받고 캐나다로 떠나
法 "남북 차이로 경제활동에 어려움 겪은 것으로 보인다" 판단
- 이후민 기자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남한에서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던 탈북자가 해외 정착 자금을 마련하려 '자동차깡' 범행을 저질렀으나 항소심에서 선처를 받았다.
30일 법원 등에 따르면 1990년대에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이모(33)씨는 생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퇴행성 디스크 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장애 등을 앓고 있는 아내, 나이 어린 딸까지 부양해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사업을 해보려고 2011년 6월에는 지인 2명과 함께 각자 대출금 등 1억원을 모아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잘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씨는 2011년 9월 남한을 떠나 낯선 캐나다로 향하기로 하고 자동차를 구입했다가 이를 즉시 되팔아 자금을 융통하는 이른바 '자동차깡'으로 정착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다.
이씨는 2011년 9월6일 인천의 한 자동차 대리점에서 승용차를 구입하면서 자동차 구입자금 대출금 1500만원을 신청했다. 다음날인 7일에는 다른 자동차 대리점을 찾아 승용차를 구입하면서 자동차 구입자금 명목으로 대출금 3200만원을 신청했다.
이튿날인 8일 이씨는 구입한 차 두대 모두 자신의 명의로 등록한 뒤 자동차 판매원에게 넘기고 각각 400만원과 800만원을 받아챙기는 등 대출금 총 4700만원을 가로챘다.
이씨는 그 후 캐나다로 떠났지만 정착자금이 떨어지자 다시 남한으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씨는 자동차 구입자금 명목으로 빌린 돈을 갚지 않는 등 사기 혐의로 지난 5월 기소됐다.
앞서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초기자본금 납입을 증명하기 위해 법인 대표이사 A씨 계좌로 돈을 입금해 납입금보관증명서를 받았다가 법인설립등기를 마친 당일 자신의 계좌로 돈을 돌려받은 데 대해 상법위반 등 혐의로도 함께 기소됐다.
1심에서 법원은 "자동차를 구입할 생각 없이 대출을 받고 구입한 자동차를 바로 되팔아 이득을 챙기는 등 사기 수법이 좋지 않다"며 이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형이 다소 무겁다고 판단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홍승철)는 승용차를 구입할 의사가 없었으면서 '자동차깡'을 목적으로 수천만원의 대출을 받은 뒤 이를 갚지 않은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는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있으며 원심 판결 이후 수용생활을 하면서 깊이 반성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탈 주민으로 남북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남다른 어려움을 겪고 생활 형편이 매우 곤궁한 처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각 범행 피해자들과도 원만히 합의해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등을 참작하면 원심이 이씨에게 선고한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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