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등기부 개인정보' 악용해 수십억원대 대출사기 덜미
등기소 사이트서 범행 물색 후 폐쇄등기부 통해 임대인 개인정보 얻어
'임대인 모르게' 전세계약서 작성 후 금융기관에 전세계약 대출 사기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폐쇄등기부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전세계약서를 위조, 수십억원대 대출 사기를 벌인 일당 수백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상억)는 전세계약서를 위조해 60억원대 '작업 대출'을 벌인 혐의(사기 등)로 선모(39)씨와 장모(37)씨, 이모(34)씨 등 13명을 구속기소하고 이들에게 사기 대출을 신청한 박모(27)씨 등 10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또 선씨 등과 함께 작업 대출 조직원으로 일한 김모(35)씨 등 12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선씨 등은 지난 2012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출 신청자 수백명을 모집해 폐쇄등기부에서 확인된 임대인의 인적사항으로 전세계약서를 위조,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120회에 걸쳐 60억원의 대출을 받은 혐의다.
이들은 인터넷 등기소 사이트를 통해 등기부상 담보 설정이 없고 동시에 자신들과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이 임대인으로 있는 부동산을 범행대상으로 선정했다. 이후 해당 부동산의 주소를 파악해 법원의 등기소에서 폐쇄등기부를 발급 받았다.
이들은 부동산 주소만 알면 누구나 열람과 등사가 가능한 폐쇄등기부에 과거 임대인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모두 적혀 있다는 점을 악용, 폐쇄등기부를 통해 얻은 임대인의 개인정보를 통해 범행 대상인 부동산의 현재 소유자 주민등록번호 전체가 공개된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았다.
이후 등기부등본에 적혀 있는 부동산 현재 소유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주민등록발급신청서를 위조, 자신들에게 대출을 신청한 이들과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아 마치 자신들이 임대인인 것처럼 속여 전세계약서를 작성했다.
작성한 전세계약서를 통해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의 금융기관을 통해 많게는 1억원 가까이 전세대출을 받은 대출 신청인들은 대출금의 60%는 선씨 등 대출 사기 조직에, 40%는 자신들이 챙겼다.
폐쇄등기부에 과거 부동산 소유주들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적혀 있다는 사실은 조직의 일원인 이씨가 과거 한 법원의 등기소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면서 알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폐쇄등기부에는 1998년 전자등기부등본 시스템으로 바뀌기 전까지 부동산을 소유한 이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일일이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범행 과정을 알고도 선씨 등에게 대출을 신청한 이들은 대부분 신용 등급이 매우 낮아 대출이 어려워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새터민, 대학생, 가정주부, 취업 준비생, 조선족 등으로 사회 각계각층을 차지하고 있었다.
선씨 등은 대출 신청자들의 신용등급이 낮아 전세대출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마치 이곳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재직증명서와 급여명세서 등을 위조하기도 했다.
대출 신청자들은 "몇달 대출 이자를 내다가 파산했다며 개인 회생 신청을 하면된다"는 선씨 등의 말에 따랐고 결국 전세대출금은 한국주택금융공사 혹은 손해보험사들의 대위변제 몫으로 남았다.
이같은 '작업 대출 사기'를 벌인 이들은 각자 이사와 부장, 과장, 실장 등의 명칭을 사용하며 대포폰과 대포차량, 대포 통장 등을 이용해 철저하게 신분을 숨겼다.
이들은 전 과정을 지시하고 총괄하는 선씨를 주축으로 부동산 임대인 행사를 하는 역할, 대출 신청과 대출금을 수령하는 역할, 인터넷에 '작업 대출' 등의 글을 올려 대출 신청자를 모집하는 역할 등으로 각자의 역할을 분담했다. 특히 이들 중 대출 신청자들을 조직에게 연결해 준 정모(33)씨는 한 캐피탈의 대출상담사로 일하며 알선을 도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 임대인의 신분을 철저하게 위조하는 이들의 범행으로 인해 대부분의 임대인들은 자신의 집을 담보로 한 전세대출이 발생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임대인도 모르게 진행된 이들의 은밀한 범행은 전세대출을 승인한 한 금융기관이 실제 임대인에게 '대출 확인전화'를 하면서 발각됐다.
선씨 등은 확인 전화로 인한 범행 발각을 막기 위해 대포폰을 사용했으나 결국 실제 임대인에게 확인전화가 가게 됐고, 전세대출에 관여한 적이 없는 A씨는 이같은 사실을 경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선씨가 범죄수익금으로 구입한 아파트 4채와 외제차 등 8억원 상당의 재산을 찾아 추징보전 집행을 완료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기와 문서위조 등의 범행으로 인한 대출의 경우,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손해보험사들로부터 대출금의 90~100%를 대외변제받을 수 있어 부동산 실소유주들에게 실질적인 손해는 없었다"면서도 "대출시 임대인을 직접 확인하는 등 엄격한 대출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jung9079@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