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 수임' 고현철 前대법관, 벌금 300만원 선고

대법관 재임 시절 맡았던 사건, 민사소송 변호 맡은 혐의

5일 오전 참여연대 명광복 간사(오른쪽)와 정모씨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민원실 앞에서 고현철 전 대법관을 수임제한 위반으로 제출할 고발장을 들고있다. © News1 최진석 인턴기자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대법관 시절 자신이 판결했던 행정소송과 관련된 사건을 수임해 논란이 일었다가 검찰의 재수사 끝에 약식기소당한 고현철(67) 전 대법관에게 결국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진수 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된 고 전대법관에 대해 16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고 전대법관은 2004년 LG전자 사내비리를 감찰팀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정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행정소송의 상고심을 맡았다. 당시 재판부는 재판요건이 안된다는 이유로 심리 없이 상고기각 결정을 내려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고 전대법관은 2009년 퇴임해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정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확인 민사소송에서 LG전자의 대리인을 맡았다가 논란이 됐다. 변호사법에 따라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을 변호사로서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고 전대법관이 부당하게 사건을 맡았다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10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주심 법관이 아니어서 종전의 사건 심리에 실제로 관여하지 않았고 사안이 동일하더라도 행정과 민사 소송을 같은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정씨는 검찰의 처분에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했고 서울고검은 유사 사례에 대한 법원 판례와 해외 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동일한 사건으로 봐야한다고 판단해 지난 4일 고 전대법관을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정씨와 함께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공무원으로 재직시 취급했던 사건을 퇴직 후에 맡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된 것"이라며 "이 사건이 법조윤리 확립에 있어 중요한 사례로 기록되고 퇴직 판사와 검사가 사건을 수임할 때 지금보다 더 주의를 기울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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