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유우성 '대북송금' 고강도 재수사 이유는…별건수사 논란

탈북자 돈받아 대북송금한 혐의…檢, 영장받아 계좌추적
2009년 동부지검서 수사…기소유예 처분됐던 사안
檢 "다른 범죄 저지르면 수사 가능…일사부재리 해당안돼"

간첩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인 유우성(34)씨에 대해 검찰이 간첩사건 증거조작에 따른 연루자 기소가 이뤄진 상황에서 유씨의 대북 불법송금 혐의에 대한 재수사를 다시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앞서 이미 검찰이 수사를 진행해 기소유예 판단을 내렸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고발 등을 이유로 검찰이 재수사를 진행하는 것이어서 유씨를 압박, 또는 엄중 처벌을 위한 '별건 수사'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두봉)는 최근 유씨에 대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을 진행했다고 7일 밝혔다.

유씨가 2007년 무렵부터 국내 다른 탈북자들의 '송금 브로커'로 활동한 부분에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유씨가 2007년 2월~2009년 9월 친척인 국모씨와 함께 1600여차례에 걸쳐 26억원을 입금받아 송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가 탈북자에게 돈을 받아 중국의 국씨에게 전달하고, 국씨가 북한에 있는 유씨 부모에게 돈을 보내 북한 내 브로커에게 전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대북 송금은 일명 '프로돈'으로 불리며, 유씨 등은 송금액의 30% 정도를 수수료로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26억원은 입·출금이 합쳐진 것이어서 실제 탈북자들의 송금 대행 업무를 받은 액수는 13억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 사건은 지난 2009년 9월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이 수사했던 사안이다. 당시 검찰은 유씨가 초범인데다 '통장만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한데 따라 이듬해 3월 기소유예 처분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검찰은 국씨가 실질적으로 브로커 업무를 주도했고 유씨는 경미한 수준의 가담에 그쳤던 것으로 판단했다. 탈북자들이 북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내는 송금 사업의 특수성도 고려됐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유씨가 북한 출신 탈북자가 아닌 중국 국적의 위장 탈북자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검찰은 사건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소유예 후 다른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에 재기수사가 가능해진 사안이라는 것이 이유다.

또 이 부분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된 만큼 검찰로서는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도 들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기소유예는 자신의 행위를 뉘우치고 범법행위를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상황 등을 참작해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간첩사건이 터지면서 재기수사를 했었어야 했던 사안일 뿐 아니라 고발까지 들어온 만큼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다시 사법절차가 진행되는 것이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도 "혐의가 인정되는데도 사정을 참작해 기소를 안해줬던 것에 불과해서 일사부재리와 관계없다. 동종전과가 아니라도 또 다른 범죄를 저질렀다면 수사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 혐의를 다시 끄집어내 수사하는 '재기수사'라면 원래 수사를 맡았던 서울동부지검이 수사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검찰은 이전 사건과 별개로 고발에 따른 새로운 수사라는 의미를 붙여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다시 시작했다.

증거조작 수사 진행 및 기소와 맞물려 지난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수사 중추기능이 집약된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맡는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유씨에 대한 '압박용'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정원의 증거조작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난 상황에서, 검찰이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유씨의 다른 혐의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일 수도 있다.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뿐 아니라 유씨가 신분을 속여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 탈북자 정착금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사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대해서도 법 적용에 사기죄를 추가해 수사하고 있다. 사기죄가 경합이 되면 공소시효가 늘어나 부당하게 받은 탈북자 정착금의 규모가 늘어나게 된다.

이 혐의들은 모두 탈북 청년단체인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에 의해 고발된 것이다.

이 단체는 유씨 변호인인 장경욱(46) 변호사에 대해서도 명예훼손과 법정모욕 등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 혐의와 관련해 장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상태다.

chind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