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노역 중단' 비난 피하려 법 꿰어 맞춰
"법리적 문제 없지만 그간 잘못 시인하는 꼴" 비난도
"금액 법관 맘대로 결정 문제 커…헌재서도 모두 합헌"
- 여태경 기자, 김수완 기자, 류보람 기자
(서울=뉴스1) 여태경 김수완 류보람 기자 = 검찰이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의 '황제노역' 중단으로 일단 급한 불은 잠재웠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임기응변식 대응에 대해 현행법상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결국 검찰이 그동안 환형유치 제도를 잘못 운영해 왔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또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이 그동안 제대로된 원칙도 세우지 못한 채 이번에도 여론에 떠밀려 억지로 법을 꿰어 맞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허 전회장은 노역장 유치 5일 만에 노역을 중단하고 전날 밤 석방됐다.
대검 공판송무부(부장 강경필)는 26일 노역장 유치의 집행은 형집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들어 허 전회장의 노역을 중단하고 벌금을 강제집행하기로 했다.
검찰이 든 노역중단 이유는 형소법 제47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검찰이 지금까지 기타 중대한 사유를 들어 형집행을 정지한 사례는 중국에서 복역하던 범죄인을 인도받아 서울구치소에 수감한 뒤 다시 중국에서 형을 집행하기 위해 재송환한 사례가 전부다.
검찰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허 전회장이 검찰조사 과정에서 자진납부 의사를 밝힌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허 전회장의 노역을 중단시켰더라도 검찰이 재산을 찾아내지 못하면 허 전회장은 다시 노역장에 유치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이번 검찰조치에 대해 "검찰이 벌금을 제대로 납부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안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도 노역중지에 대해 "형을 집행하는 방법에 관한 거라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노역장 유치라는 게 확정적으로 벌금을 못내는 경우에 대비해서 마련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이번 사태는 납득할 수 없는 법원의 판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면서 "법원에게 쏠렸던 비난이 검찰에게도 쏟아지자 억지로 법을 꿰어 맞춘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고액벌금 체납자의 경우 허 전회장의 사례처럼 사법공조 등을 통해 해외에 숨겨진 재산을 다 찾아낼 것인지, 어디까지를 고액 체납자로 볼 것인지 등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가장 큰 문제는 환형유치금액을 전적으로 법관에게 맡겨둔 데 있다"면서 "아직 법원에 제대로 된 산정기준도 없다"고 지적했다.
환형유치금액이 판사재량에 따라 개인간에 크게 차이가 있는데 대해 여러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헌법재판소는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har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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