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조작 핵심' 이인철 영사, 신병처리 왜 늦어지나
위조 문서 3건 전달·허위 인증서 제출·윗선과의 연결고리인 '핵심'
"위조 몰랐다"·인증서 '개인문서' 주장으로 혐의 입증 어려움
구속영장 청구 때 '윗선' 밝혀야 해 검찰로선 큰 부담
- 진동영 기자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 조작 의혹을 밝혀야 할 검찰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의 윗선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이 영사를 구속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를 압박해 진술을 확보하면서 수사를 확대해 나가야 하는 처지에 있다.
하지만 국정원 대공수사팀 소속 블랙요원인 김모 과장(일명 '김 사장'·구속)이 일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영사와 윗선을 연결할 구체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는 등 이 영사의 혐의 내용을 특정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증거조작 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19일 김 과장을 구속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김 과장을 통해 국정원 대공수사 지휘라인의 개입 여부를 알아낼 계획이지만 김 과장의 혐의 부인으로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대공수사팀 이모 팀장을 금명간 소환해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김 과장과는 별도로 윗선 개입 의혹을 밝힐 핵심 피의자 중 하나로 국정원 소속 화이트요원인 이 영사를 꼽고 있다.
국정원이 확보한 위조 중국 공문서를 공증해 '공식문건'인 것처럼 둔갑시킨 인물이 이 영사다. 때문에 수사팀은 이 영사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고 지시를 내린 상부를 밝히는 것을 이번 수사의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이 영사는 지난 1월3일 '싼허(三合) 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사무소) 명의의 정황설명서' 공증 서류를 '개인 자격'으로 번역해 법원에 제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설명서를 중국어에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이 영사는 검찰 조사에서 해당 문건에 대해 "국정원 본부의 요구로 현장에 가지 않고 인증서를 작성해줬다"고 진술했다.
이 대목에서 현장에 가지 않고 허위로 인증서를 만들어줘야 할만큼 이 영사를 압박한 국정원 본부의 '윗선'라인이 누구들인가를 밝혀내는 것이 검찰이 최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또 이 영사는 중국으로부터 위조 판정을 받은 3건의 문서를 검찰에 전달한 인물이다. 이 영사는 "위조 문서인줄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 영사가 위조 사실을 알았거나 국정원 윗선의 지시를 받아 이를 전달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영사의 이같은 수사상 중요도를 고려해 수사 초기 김 과장과 이 영사, 국정원 협조자 김모(61·구속)씨 등 '핵심 3인방' 중 이 영사를 가장 먼저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혐의가 확실해 보였던 이 영사에 대한 혐의 입증에는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검찰은 이 영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지만 혐의 입증 등에서의 어려움으로 시기를 조금씩 늦추고 있다.
위조 문서 3건에 대해 이 영사는 위조 여부를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 검찰로서는 이 영사가 위조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거나 윗선의 지시를 받아 이같은 행위를 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혐의를 증명하기 어려운 처지다.
구속 영장을 청구할 때 이 영사에게 지시를 내린 윗선을 특정하지 않으면 또 윗선 없는 이 영사의 '단독 범행'인 것처럼 되버려 검찰의 수사 의지가 다시 도마위에 오를 수도 있다.
따라서 역으로 생각해 보면 '윗선'을 밝혀내기 위해 이 영사에 대한 신병 처리를 미루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영사로부터 문서를 전달받은 김 과장도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어 진술을 통해 이 영사의 혐의를 증명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김 과장이 상부의 지시를 받아 이 영사에게 공증 문건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영사도 역시 같은 상부의 지시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검찰은 둘 중 한 사람으로부터 윗선의 지시 여부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수사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고는 있지만 수사가 생각만큼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밖에 이 영사는 자신이 제출한 영사인증서의 경우, 공문서가 아닌 '사서증서'라는 사실을 문서에 적시하는 등 개인 문서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검찰로서는 이 영사가 이같은 진술로 피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분만 가지고 영장을 청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우성씨 변호인은 "현재로서는 이 영사가 해당 문서의 위조 사실을 알았거나 윗선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증서 문제도 사문서라면 처벌하기 어렵겠지만 공문서로 해석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검찰은 김 과장의 진술 등에만 기대서는 이 영사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선양총영사관에서 이 영사가 사용한 컴퓨터와 외교문서, 공문 등을 넘겨받아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정환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등 수사팀 팀원들을 중국에 직접 파견해 이 영사의 가담 정황을 찾아 볼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영사의 신병을 처리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검찰이 충분히 조사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chind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