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현오 '盧 차명계좌'는 거짓…삼세판 질타
2010년 발언 후 4년 만에 최종 결론…징역 8월 확정
법원, 1심부터 대법까지 매번 조현오 경솔함 질타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조현오(59) 전 경찰청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자살했다"는 발언은 4년 만에 사자(死者) 명예를 훼손한 거짓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법원은 조 전청장의 1심부터 대법원까지 세번의 선고를 내리면서 서울지방경찰청장이라는 고위 공직자인데도 불구하고 경솔한 발언을 한데 사과하지 않는 모습에 대해 매번 질타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3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조 전청장에 대해 원심과 같이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조 전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이던 2010년 3월 경찰 내부강연에서 "노 전대통령이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2009년 5월 22일)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차명계좌가, 10만원짜리 수표가 타인으로…"라고 발언해 고 노 전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2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청장은 검찰조사에서 "우리은행 삼청동 지점에 권양숙 여사의 청와대 여직원 2명 명의로 된 계좌에 20억원이 들어있다"며 "이 계좌가 차명계좌"라고 주장했다.
또 노 전대통령 사망 직전 대검 중수부가 노 전대통령과 관련한 거액의 차명계좌를 발견했고 중수부에서 보관 중인 수사기록에 이러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청장은 기소될 당시만해도 "2010년 당시 핵심 수사라인에 있던 사람으로부터 이상한 돈의 흐름을 발견하고 수사를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또 다른 핵심인사로부터도 관련내용을 간접적으로 들어 차명계좌를 확신했다"고 자신의 무죄를 확신했다.
하지만 3개월 간의 심리를 거친 1심 법원의 판단은 유죄였다. 서울중앙지법 이성호 판사는 "조 전청장의 강의내용을 사실로 인정할 수 없고 허위사실 공표로 피해자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지난해 2월 조 전청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두 번에 걸친 조 전청장의 심문조서, 검찰 수사보고서 등 증거를 종합해 본 결과 노 전대통령의 사망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조 전청장의 경찰 기동대 발언내용과 달리 거액의 차명계좌는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판사는 "대검 중수부의 수사상황을 알 수 있는 지위에 있는 믿을 만한 사람으로부터 들었다고 하면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법정에서까지 밝히지 않았다"며 "이에 관한 소명자료를 추가로 제시하지 않는 한 허위사실 공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자신의 발언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면 누구에게 들었는지 밝혀야 마땅함에도 법정에서도 입장을 번복하는 등 피고인의 입장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질책했다.
자신의 무죄를 강력하게 주장하던 조 전청장은 법정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법원은 구속된지 8일 만에 조 전청장에 대한 보석을 허가해 거센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장성관 판사는 "조 전청장이 1심 판결 선고 후에야 정보를 전달한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무죄 주장을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며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그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보석허가 이유를 밝혔다.
불구속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던 조 전청장은 2010년 3월 강연 전에 만나 정보를 전해들은 인물로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을 지낸 임경묵(69)씨를 지목했다.
하지만 항소심 증인으로 출석한 임씨는 "노 전대통령의 차명계좌와 관련된 내용은 모두 언론을 통해 들었을 뿐 특별히 알고 있던 부분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궁지에 몰린 조 전청장은 당시 수사를 총괄하고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 사건의 핵심인 '조 전청장이 강연 전 어떤 내용을 듣고 어떤 사실을 판단한 것인지'를 증명하는 것과 연관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조 전청장은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보석 취소 결정과 함께 재수감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임씨가 발언 직전 조 전청장과 만나거나 발언한 내용이 없다고 증언했다"며 "설령 발언 내용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더 많은 정보를 접하는 경찰청장 자리에 있는 피고인이 아무런 사실확인 조차 없이 경솔하게 강연에서 발언한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전청장의 발언으로 인해 노 전대통령 사망 무렵 종결된 검찰수사에 대한 의혹을 불러 일으켰고 국론 분열을 초래했다"면서 "잘못을 시인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섰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나무랐다.
다만 2010년 3월 기동대원들을 상대로 강연 중 우발적으로 한 발언인 점, 조 전청장이 16대 경찰청장으로 근무하면서 경찰 인사시스템을 개혁하고 시위문화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2개월 감형됐다.
조 전청장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도 역시 "조 전청장이 지목한 청와대 여행정관의 계좌를 차명계좌로 볼 수 없고 자신이 들었다는 정보의 진위에 관해 다른 경로 등을 통하여 확인하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며 "자신의 발언이 허위인점에 대하여 최소한 미필적인 고의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junoo568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