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내란음모 유죄' 김정운 부장판사는

'용인 청부살해' 중형…'수원역 노숙소녀 살해' 재심 무죄
'원칙주의자' 평가…'공소권 남용' 지적해 공소기각 판결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 사건 결심 공판일인 지난 3일 이 의원이 수원지방법원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수원=뉴스1) 김수완 기자 = 사상 처음 '내란음모' 사건의 판결기준을 제시한 김정운(47)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안팎에서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김 부장판사는 17일 내란음모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석기(52)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같은 판결을 내린 이유에 대해 "자유민주적 국헌 질서에 실질적인 위협을 초래하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특별사면, 복권 등 대한민국과 우리사회가 2차례에 걸쳐 관용을 베풀었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범행에 나아간 점을 보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증거를 면밀히 살펴봤지만 사건이 조작됐다는 의심을 일으킬 만한 사정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며 "국정원에 의해 사건이 조작됐다는 주장은 법원을 오도하려는 시도이자 우리사회에 분열을 적극적으로 조장하는 행위로 형을 가중할 수밖에 없다"고 이 의원 등 기소된 통진당 관계자들을 엄히 꾸짖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려대학교 법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1992년 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은 24기로 수료했다. 부산지법 판사, 서울중앙지법 판사, 청주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수원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북한 보위부에 넘길 목적으로 탈북자들의 개인정보를 갖고 북한에 다시 들어가려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등)로 기소된 탈북자에 대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김 부장판사는 "다른 선량한 탈북자들의 생명·신체에 직접적 위험을 야기할 수 있고 안보에도 악영향을 끼칠 범죄"라며 "죽기 전 북한에 있는 아내와 아들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지르게 된 점, 미수에 그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국가보안법 사건 외에 맡았던 주요 사건으로는 역시 수원지법 부장판사 당시 맡았던 '용인 부동산업자 청부살해' 사건이 있다.

이 부장판사는 "범행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고 공범인 조직폭력배에게 책임을 돌리는 등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주범 두 사람에게 무기징역, 징역 15년 등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항소심에서 일부 피고인의 책임이 감경돼 무기징역, 징역 13년 등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은 지난 2월 이 판결을 확정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수원역 노숙소녀 살해사건' 피고인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당시 "피고인의 자백이 일관되지도 않고 경찰이 자백을 종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정황도 엿보이는 데다 증거도 부족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 피고인은 지난 2005년 수원역에서 생활하던 김모(사망 당시 15)양을 근처 고등학교로 끌고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었다.

한편 김 부장판사는 헌법상 보장된 형사피고인의 권리나 헌법상 기본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원칙적 판결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다.

대표적인 판결로는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유죄가 확실한 피고인에 대해 공소기각을 선고했던 판결을 들 수 있다. 이 판결은 수원지법 부장판사 재직 당시인 지난해 3월 내려졌다.

당시 김 부장판사는 여자 초등학생을 흉기로 위협한 뒤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대학생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유죄는 확실했지만 과거 비슷한 시기에 같은 범행으로 복역을 마친 뒤 수사기관의 잘못으로 다시 기소되면서 명백히 불리한 재판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김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범죄행위 중 일부 범죄에 대해서만 먼저 기소하고 나머지 범죄를 뒤에 기소하는 것은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같은 범죄행위에 대해 동시에 재판 받을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추가기소를 하게 된 배경에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이상 검찰의 분리기소는 공소권 남용"이라며 "검사의 자의적 기소로 불이익한 상태에서 재판받게 된 만큼 기소 자체가 무효"라고 덧붙였다.

또 지난 2012년 5월에는 거동이 불편한 70대 노모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된 50대 남성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에 대한 유일한 증거는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를 밀치고 때렸다는 말을 들었다'는 현장출동 구급대원의 말로 전문증거로서 신빙성이 낮고 제3자의 침입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이밖에 수원지법 영장전담 판사로 재직하던 당시에는 정부과천청사에 진입해 의경을 폭행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던 김모(29)씨 등 4명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불법집회·시위를 선동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모두 기각하기도 했다.

abilityk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