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압수수색 이후 속전속결 174일
작년 8월 압수수색·4개월심리… 징역 12년 선고
50차례 공판, 증인 111명 심문, 녹음파일만 47개
현역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실형 선고 사상 처음
- 오경묵 기자
(수원=뉴스1) 오경묵 기자 = 지난해 8월 28일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이 이석기(52)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무실을 비롯해 10여 곳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사상 초유의 내란음모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
이 의원 등의 혐의는 내란음모·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지난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이후 33년만이었다.
이튿날 국정원은 이 의원과 홍순석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한동근 통합진보당 수원시위원장 등 4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과 법원을 거쳐 홍 위원장 등 3명의 구속영장은 발부됐고,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는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같은해 9월4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상정해 재석의원 289명 중 찬성 258표, 반대 14표, 기권 11표, 무효 6표로 가결처리했다.
이에 법원은 이 의원에 대한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국정원은 이를 즉시 집행해 이 의원을 수원 남부경찰서에 유치했다.
이 의원은 같은달 5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기자들에게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법원은 "영장에 의해 수집된 증거에 따르면 범죄혐의의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의원은 "이 더러운 놈들아!"라는 단발마를 남기고 수원구치소로 호송됐다.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최태원)는 같은 달 26일 내란선동과 내란음모,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이 의원을 구속기소했다. 앞서 25일에는 홍 부위원장과 이 고문, 한 위원장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증거관계를 살펴본 결과) 2012년부터는 이 의원이 이른바 지하혁명조직인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총책으로 표면에 등장했다"며 "오래 전부터 총책 활동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대남 혁명론으로 무장한 RO 조직원들이 비밀리에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통해 회합을 진행하고 국가기간시설을 타격하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모의한 사건"이라며 "국가기간시설에 대한 타격은 전형적으로 사회혼란을 획책하고 후방을 교란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공방은 법정으로 이어졌다. 수원지법은 이 사건을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으로 분류하고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에 배당했다.
같은해 10월14일을 시작으로 4번의 변론준비기일이 진행된 뒤 11월12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진행됐다. 재판이 시작되기 직전인 10월24일에는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와 김홍열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이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최태원(44·사법연수원 25기) 수원지검 공안부장을 필두로 이만흠(43·32기), 김훈영(42·32기), 홍승표(37·35기), 이재만(40·36기), 최두헌(35·37기) 검사 등 수원지검 공안부가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했다. 여기에 '공안통'으로 알려진 정재욱(45·29기) 부부장 검사와 '흑금성 사건' 등의 수사를 맡은 김도완(42·31기) 검사, 최재훈(39·34기) 검사도 참여했다.
이 의원 등 피고인들의 변호인으로는 진보 진영에서 내로라하는 변호사들이 참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부회장을 지낸 김칠준(54·19기) 법무법인 다산 대표변호사가 전면에 나섰다. 이정희(45·29기) 통합진보당 대표와 그의 남편인 심재환(56·28기) 변호사도 참여했다. 천낙붕(53·25기) 변호사와 최병모(65·6기), 하주희(39·39기) 변호사 등도 변호를 맡았다.
재판 과정에서 가장 관심이 모아진 시기는 같은해 11월 21·22·25일이었다. 'RO'의 내부 고발자인 이모씨가 법정에 출석해 증언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두 차례의 RO 회합에서) 체제를 전복하자는 얘기는 없었지만 후방교란이나 게릴라전 등의 단어가 나왔다"며 "전쟁준비를 음모한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RO의 실체를 국민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일반적인 상식으로 RO를 재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후 20여차례의 공판을 통해 증거조사 등을 진행한 뒤 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증거로 채택했다. 증거로 채택된 녹음파일은 47개 중 32개로 약 50시간 분량이다.
이 의원 등 피고인 7명은 올 1월 24·27·28일에 진행된 피고인 신문을 통해 "제보자가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의원은 "두 차례의 회합은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검찰은) 강연의 취지를 모르거나 오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 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의원에 대해 징역 20년과 자격정지 1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하는 방법만이 (내란음모의) 재범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최후변론을 통해 "검찰은 저를 들어본 적도 없는 RO의 총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모두 국정원에 의한 정치공작이며 진보진영의 중심인 통합진보당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단도 "내란음모는 허구"라며 힘을 보탰다.
국정원이 이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지 174일째인 17일 34년만의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렸다. 공판준비기일을 포함해 50차례의 재판을 열며 111명의 증언과 각종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해 나온 결론이다.
재판부는 이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내란음모·내란선동 혐의로 현역 국회의원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처음이다.
재판 과정에서 시종일관 무죄를 주장했던 이 의원은 수감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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