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정치인들 줄줄이 무죄 판결
법원, 윤진식·이석현·박지원 의원 등 잇달아 "무죄"
"돈줬다" 저축은행 회장 진술 외 구체적 증거 없어
- 진동영 기자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 저축은행 비리 사건과 관련해 현역 정치인들이 잇달아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검찰의 '기획·표적수사'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돈을 줬다는 저축은행 회장들의 진술에만 의존한 채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면서 수사 자체가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법원이 '살아있는 권력'인 현직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동오)는 6일 유동천(73)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윤진식(67·충북 충주)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당선무효형인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죄 선고 이유로 "유 회장과 그의 운전기사의 진술에 신빙성과 일관성이 없어 금품을 주고받았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앞서 임석(52)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현(63·경기 안양 동안갑)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의원은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무죄가 확정됐다.
임 전 회장 등 영업정지 저축은행으로부터 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72·전남 목포)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해 1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 판결이유는 모두 "진술은 있지만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뇌물 공여자들의 진술 외에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검찰이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검찰이 확보한 공여자들의 진술도 돈을 준 날짜와 방법 등이 오락가락 하는 등 법원은 신빙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2011년 지금은 사라진 대검 중앙수사부 산하에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을 설치하고 대대적인 정관계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저축은행 비리수사는 '정치인들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합수단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등 대통령의 최측근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박지원·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 등 정관계 인사 21명을 기소하는 등 총 62명을 구속기소, 75명을 불구속기소하며 기세를 올렸다.
지난해 합수단 해산 후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에 특별공판팀을 만들어 공소유지를 맡겼다.
이후 검찰은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 임석 전 회장 등 저축은행 대주주에게 연이어 중형이 선고되고 이 상득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의 유죄 입증에 성공하면서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후 공판에서는 진술 외에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상황 역전을 허용했다.
서갑원 전 의원은 2012년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가 확정됐다. 이성헌 전 새누리당 의원은 청탁 명목으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검찰이 상고를 포기해 역시 무죄가 확정됐다.
정치인 외에도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김광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 거물급 인사도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2012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서 전 의원은 검찰을 겨냥해 "부산저축은행 불법로비가 현 정부 뿐 아니라 전 정부에서도 이뤄졌다는 수사성과를 내기위해 기획된 것"이라며 '기획수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공여자 진술 등에 비춰보면 혐의가 확실한데 법원이 현직 의원에 대한 혐의를 봐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같은 날 돈을 받았는데도 현역 의원은 무죄가 나오고 전직 의원은 유죄가 나오기도 했다"며 "법원이 현직 의원과 모피아(MOFIA·재무부 출신 관료들)들만 무죄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기소된 정치인들 중 윤진식 의원은 무죄가 난 데 비해 최연희 전 의원과 정형근 전 의원 등은 유죄가 확정됐다.
chind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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