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선발, 법조권력 세습화" 우려

폐쇄적 법관 선발...로스쿨, '현대판 음서제' 재논란
"법조인 자녀 판사 출세, 이젠 국회 자료요청 대상"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 법학전문대학원 취업박람회.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올해부터 일정기간 법조인 경력을 쌓은 사람들만 판사로 채용하는 전면적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되면서 이른바 '돈스쿨'로 불리는 로스쿨 제도가 현대판 음서제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로스쿨 출신들의 변호사 시험 등수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무법인(로펌) 등지에서 변호사 등으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라는 '느슨한' 잣대로 법원이 법관 문호를 개방할 경우 고위공직자 자녀의 특혜 시비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로스쿨 입학 → 로펌 또는 로클럭(재판연구원) 취업 → 판사 임용으로 이어지는 폐쇄적인 선발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 채용과정의 투명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변호사 등으로 일정기간 이상 근무한 경력자만 판사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제도가 올해부터 도입되면서 사법연수원 성적으로 결정하던 판사임용 방식이 대폭 변경됐다.

대법원은 올해부터 법조일원화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경력 3년 이상 5년 미만인 배석급 판사(단기 법조경력자) ▲경력 5년 이상의 단독급 판사(일반 법조경력자) ▲경력 15년 이상의 전담법관 등으로 분리해 선발하고 있다.

또 판사 임용에 필요한 경력기간은 점차 늘어나 2017년까지 3년, 2019년까지 5년, 2022년부터 10년 이상 등 경력자만 판사 임용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법관은 사법연수원 수료자 가운데 성적우수자 위주로 선발했고 필요할 경우 5년 이상 경력자를 일부 뽑아왔다.

사법제도가 폐지되는 2017년부터 판사인력 수혈의 창구는 로스쿨이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

'예비판사'로 불리는 로클럭은 지난해 첫 기수를 배출했다. 로클럭은 각급 법원에서 2년간 재판 지원업무를 맡는데 1년간 추가적으로 변호사 등 법조인으로서 경력을 더 쌓으면 법관 지원자격을 갖게 되는 탓에 로스쿨 출신들이 몰리고 있다.

문제는 판사 또는 로클럭 채용과정에 대한 의구심이다.

사법부에서 특별한 시험절차 없이 일정기간 법조인 경력을 거친 사람을 판사로 받아들일 경우 국내 유명 로펌 출신들이 비교우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형 로펌들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신입으로 채용할때 로비나 인맥형성 차원에서 같은 값이면 현직 법조인, 유력인사의 자녀들을 선발할 가능성이 높다.

로클럭도 유사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로스쿨 출신들이 치르는 변호사 시험 등수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채용과정은 서류와 면접 심사가 고작이다.

결국 재력있는 집안 자식이 로스쿨을 졸업한 뒤 유수의 로펌 내지 로클럭으로 입사하고 판사 법복까지 걸치는 '그들만의 리그'가 현실화될 경우 로스쿨 제도가 한국 관료사회의 근간을 좀 먹으면서 서민들에게 신분 박탈감을 심어줄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

지금도 대형 로펌의 경우 정식 입사는 둘째치고 인턴 채용과정에서부터 지원자 실력보다는 정치인, 고위공직자 등 이른바 부모의 뒷 배경이 우선시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로펌 인턴 경력은 학부생들에게는 로스쿨 지원 때 가산점이 되고 로스쿨생들은 로펌 변호사 채용 때 도움이 된다. 법조인이 되기 위한 엘리트 코스로 통하면서 경쟁률이 수십대 1에서 100대 1에 달한다.

한 변호사는 “사법시험 출신들이 법원장 나아가 대법관까지 하려면 연수원 성적이 우수해야 하지만 로스쿨생들이 치르는 변호사 시험은 등수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성적우수자보다는 법조계에 인맥이 있는 학생이 취업에 더 유리할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과거에는 법조인 자녀가 판사가 될 경우 화제거리였지만 앞으로는 국회 자료제출 요구 대상이 될수 있다”며 “로스쿨이 다양한 경력을 가진 법조인들을 배출하자는 당초 취지와 달리 선발과정이 폐쇄적으로 작동하면서 권력의 세습화를 시스템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사법연수원생들은 이달초 로클럭이나 검사를 선발할 때 로스쿨 출신들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현행 임용방식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공개경쟁을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냈다.

andrew@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