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더 주고도 재계약…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 비중 4개월째 상승

8월 갱신 비중 57.6%로 연중 최고…전세 매물 작년말 比 15%↓
갱신권 사용 두 달째 감소…서울 전셋값 3년8개월 만에 두 자릿수↑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서울 강남구 청담자이 전용 82㎡ 세입자는 지난 8월 보증금을 종전 12억 원에서 17억 5000만 원으로 5억 5000만 원 올려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 45.8%나 오른 금액이지만 이사를 택하지 않았다.

올해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중 갱신 비중은 57.6%로 4개월 연속 상승하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오르면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크게 올려주더라도 기존 집에 머무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 매물 1년 만에 15% 감소…좁아진 세입자 선택지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7729건 중 기존 전세 계약을 갱신한 사례는 전체의 57.6%에 달하는 4449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월별 갱신 비중은 △4월 47.8% △5월 49.9% △6월 51.1% △7월 51.8% △8월 57.6%로 4개월 연속 상승했다.

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임대인과 합의해 재계약하면 보증금을 5% 넘게 올릴 수 있다. 임대료 증액 폭이 5%로 제한되는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계약과 차이가 있다. 세입자들은 보증금 부담보다 기존 전셋집 거주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갱신 비중이 높아진 것은 전세 매물 감소로 임차인의 선택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달 5일 기준 1만 9743개로 지난해 말 2만 3263개 대비 15% 줄었다.

매물 감소는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년 동월 대비 10.46% 상승했다. 두 자릿수 상승률은 2022년 1월(10.52%) 이후 처음이다.

실제 보증금을 수억 원 올려 체결한 사례도 확인된다. 8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 전세 갱신 보증금은 12억 5000만 원이었다. 종전 8억 3000만 원보다 4억 2000만 원 더한 금액이다. 같은 달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 전세도 종전보다 3억 5000만 원 추가한 13억 9730만 원에 갱신됐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아파트 매물 정보가 붙어 있. 2026.10.4 ⓒ 뉴스1 이종수 기자
갱신권 사용 따라 동일 면적 보증금 수억 차이

갱신요구권 사용 비중은 줄고 있다. 지난 6월 56.6%에서 7월 54.6%, 8월 50.8%로 두 달 연속 낮아졌다. 갱신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임대인과 합의해 재계약하면 5%를 넘겨 보증금을 올릴 수 있다. 세입자들은 임대료 상승 부담에도 이사 비용과 자녀 교육을 고려해 기존 주거지 유지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8월 강동구 길동 현대아파트 전용 84㎡의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계약의 보증금은 4억 7250만 원이었다. 기존 보증금 4억 5000만 원 대비 5% 오른 금액이다. 같은 달 같은 면적의 신규 전세 계약 보증금은 7억 원이었다.

전셋값 상승과 매물 부족이 이어지면서 갱신 계약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집을 구하기보다 보증금을 높여 기존 계약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남혁우 우리은행부동산연구원은 "세입자는 보증금뿐 아니라 이사 비용, 자녀 교육, 출퇴근 여건까지 고려해 재계약을 판단한다"며 "주변 전셋값도 오른 만큼 보증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고 기존 생활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