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탄화 아닌 키맞추기"…전문가들, 李대통령 부동산 진단에 우려

"강남 조정·외곽 상승, 규제 따른 수요 이동…평탄화로 보기 어려워"
"수요 억제·공급 확대 병행 쉽지 않아…전세 축소 땐 주거비 부담"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현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9.18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김동규 황보준엽 조용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시장의 '평탄화'를 언급한 데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조정과 외곽 상승을 가격 격차가 자연스럽게 좁혀지는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대출 규제 등에 따른 수요 이동인 만큼 시장 진단부터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후 일곱 번째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투기공화국을 벗어나는 게 이 정부의 가장 중심 과제"라고 밝혔다.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는 수도권 집중을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 꼽고, 부동산 불패 신화와 2022년 이후 인허가·착공 건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공급 축소를 함께 지목했다.

토지거래허가 해제로 특정 지역 집값이 폭등했고 강남이 시장을 선도하며 나머지 지역이 따라가는 구조라고도 설명했다. 최근 시장에 대해서는 "강남은 내리고 외곽은 살짝 오르는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평탄화 아닌 키맞추기…규제가 만든 이동"

전문가들은 이 진단부터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이 토지거래허가 해제를 원인으로 든 데 대해서도 규제 자체가 가격을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위원은 "평탄화가 아니라 현장에서 말하는 키맞추기"라며 "강남이 떨어지는 건 보유세 인상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고 외곽이 오르는 건 15억 원 기준 대출 규제로 수요가 밀려간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초고가를 때리니 나타나는 현상이지 일반적인 갭 메우기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강한 대출 규제와 고가주택 규제로 매수 수요가 자금 조달이 가능한 지역으로 이동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며 "강남의 가격 조정이 장기적인 구조 변화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 같은 시장 인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 소장은 "외곽 집값이 오르는 과정이 전월세난에 따른 생존 매수"라며 "서민 주거가 무너지고 있는데 평탄화되고 있으니 괜찮다는 인식이라면 추가 대책이 나올 이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원인 진단을 두고도 이견이 나왔다. 김 소장은 "불패 신화는 2022년 금리 인상 때 이미 깨졌다"며 "지금 서울에서 집을 사는 사람은 공급이 부족하고 전세가 없으니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대출을 막아 못 사게 만든 상태"라며 "안 사는 것과 못 사는 것은 달라 수요가 언제든 튀어오를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게시된 매물 정보. 2026.9.18 ⓒ 뉴스1 김진환 기자
"수요 누른 채 민간 공급 기대하기 어려워"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를 함께 가져가겠다는 구상을 두고는 두 정책의 병행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분야에는 금융을 최대한 확대하되 수요를 촉진하는 쪽은 기존 대출 규제를 유지하는 "핀셋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심 수석위원은 "수요가 없는 상태에서 공급은 일어날 수 없다"며 "공공이 담당하는 물량은 전체 시장의 10~15% 수준이고 결국 민간이 공급해야 하는데 수요를 누른 채로는 공급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시차 문제를 짚었다. 송 대표는 "신규 공급은 인허가와 착공, 준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단기적으로는 기존 주택의 거래와 유통 매물을 늘리는 정책이 중요하고, 재고주택 거래 정상화를 병행해야 체감 안정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한 전통시장 상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6.9.18 ⓒ 뉴스1 이호윤 기자
"전세 줄면 매매·월세로…주거비 부담 커져"

전월세 시장을 둘러싼 인식차는 더 뚜렷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와 공급, 세제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해 시장이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 과정에서 생기는 임차인의 부담은 별도 대책으로 보완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그 틈새에서 전월세 입주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정책들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세가 사라져야 할 제도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 사라져야 한다고 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심 수석위원은 "정부의 정책 스탠스는 전세는 없애고 월세가 오르는 것은 용인하겠다는 것"이라며 "전세를 급격히 줄이면 그 수요는 매매나 월세로 이전할 수밖에 없고, 매매가격 상승분 상당 부분이 전세가 사라지면서 생긴 강제 매수"라고 말했다.

김 소장도 "대통령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정책은 그 방향에 맞춰 움직인다"며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해명만으로는 시장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전세가 장기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과 전세가 없어져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전환 과정에서 물량이 줄면 청년층과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오히려 커진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시장이 원하는 건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수정하겠다는 설명"이라며 "그 설명 없이 신뢰를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