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11억에 미달…'미리내집' 강남 저조, 비강남엔 몰렸다
래미안 대치팰리스 0.4대 1…최저 경쟁률 5곳 중 4곳 강남권
비강남 역세권 최고 478대 1…분할 납부에도 초기 자금 부담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보증금이 11억 원에 달하는 서울 강남권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강남권 고가 단지에서는 경쟁률이 1대 1 안팎에 그친 곳이 나온 반면 상대적으로 보증금이 낮은 비강남권 역세권 단지에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이 나타났다.
주변 전세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공급되고 보증금 분할 납부제까지 도입됐지만 여전히 높은 초기 자금 부담이 청약 수요를 가른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에 따르면 이달 9일 마감한 아파트형 '미리내집' 모집에서 경쟁률이 가장 낮은 5곳 중 4곳은 강남권 단지였다.
구체적으로 강남구 '래미안 대치 팰리스' 전용 59㎡는 경쟁률이 0.4대 1로 미달했다. 5가구 모집에 2가구만 신청했다.
서초구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59㎡는 8가구 모집에 9가구(경쟁률 1.1대 1)가 지원했다.
강남구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전용 59㎡는 1.5대 1, 서초구 메이플 자이 전용 43㎡는 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권 단지의 경쟁률이 저조한 것은 높은 보증금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 미리내집 물량(58개 단지·496가구) 중 강남3구 비중(21개 단지·356가구)은 72%였다. 이들 단지의 최고 보증금은 약 14억 원(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이었다.
구체적으로 미달이 발생한 '래미안 대치 팰리스' 전용 59㎡의 전세 보증금은 11억 700만 원이었다.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59㎡는 10억 4520만 원,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전용 59㎡는 9억 9840만 원이다. 서초 메이플 자이 전용 43㎡의 보증금은 6억 9966만 원이었다.
서울시가 올해 4월부터 도입한 '분할 납부제'를 활용해도 초기 현금 부담은 상당하다. 분할 납부제는 입주할 때 보증금의 70%만 먼저 내는 제도다. 나머지 30%는 연 2.73%의 이자를 부담하면서 거주기간 동안 납부를 미룰 수 있다.
문제는 보증금의 70%를 당장 마련해야 하는 만큼 강남권 단지에 입주하려면 수억 원대의 자기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59㎡ 당첨자는 입주할 때 약 7억 3300만 원을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 신축에 입주하려면 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가 빠른 시일 내 수억 원대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며 "주변 전세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과 분할 납부제에도 불구하고 초기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거 수요는 비강남권으로 몰렸다.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상위 5개 단지는 모두 비강남권이었다.
미리내집 경쟁률은 △중랑구 청광플러스원 전용 84㎡ 478대 1 △강동구 힐스테이트 강동 리버뷰 전용 84㎡ 430대 1 △구로구 두산위브더프레스티지 전용 59㎡ 408대 1 순으로 나타났다.
노원구 '중계한화 꿈에그린 더퍼스트' 전용 59㎡(402대 1)와 동작구 '상도2차 두산위브트레지움' 전용 59㎡(275대 1)가 뒤를 이었다. 이들은 모두 지하철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단지였다.
이들 전세 보증금은 최저 3억 2448만 원(중계한화 꿈에그린 더퍼스트 전용 59㎡)에서 최고 6억 2556만 원(힐스테이트 강동 리버뷰 전용 84㎡)이었다.
강남권보다 상대적으로 보증금 부담이 낮고 지하철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비강남권 단지에 높은 경쟁률이 나타났다.
서울시도 강남권 단지의 높은 보증금을 인지하고 보완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남권 신축 전셋값이 오르면서 미리내집 보증금 역시 높아지는 구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송파구 잠실르엘 미리내집에서 "청년이나 신혼부부가 입주하기 어려운 가격대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이를 어떻게 보완할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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