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실거주 유예 1년 더…세입자 낀 매물 거래 '숨통'

계약갱신 최대 2년도 인정…매물 잠김·임차인 퇴거 부담 완화
전세가율 높은 중저가 중심 투자수요 유입 가능성도

12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계업소에 매물 시세표가 붙어 있다.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실거주 의무 유예 특례가 1년 더 연장된다. 임대차계약이 남은 주택의 거래를 막아 매물을 다시 잠그는 부작용을 피하고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해 계속 거주하는 경우에도 실거주 의무를 미룰 수 있게 된다.

다만 실거주 시점을 뒤로 미룰 수 있는 만큼 전세보증금을 승계한 주택 매입도 가능해진다. 이에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유예 특례의 신청 기한을 2026년 12월 31일에서 2027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한다.

개정안은 18일부터 입법예고를 거쳐 10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 당시 임대 중이거나 전세권이 설정된 주택에 적용된다.

매물 잠김 막는다…세입자 계약 갱신해도 실거주 유예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에 대한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매수자는 4개월 이내 주택을 취득하고 2년 이상 직접 거주해야 한다. 세입자가 있고 계약기간이 4개월 넘게 남아 있으면 매수 직후 입주가 불가능해 거래가 사실상 어려웠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5월 무주택자가 임대 중인 주택을 매수할 경우 기존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까지 실거주 의무를 미룰 수 있도록 특례를 도입했다. 당초 올해 말 종료할 예정이었지만 이번에 적용 기간을 1년 연장하고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해 계속 거주하는 경우까지 유예를 인정하기로 했다.

갱신계약은 1회, 최대 2년까지 인정된다. 실거주 유예 신청 전에 갱신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갱신계약 시작일이 올해 10월 1일부터 내년 12월 31일 사이인 경우에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최근 세제 개편에 따른 매물 출회 유도와도 맞닿아 있다. 보유 주택의 매도를 유도해 시장에 매물을 늘리려는 상황에서 임대차계약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매매가 막히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거주 요건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집주인이 매도 의사를 갖고 있어도 매수인을 구하기 어려운 주택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이번 유예 조치로 인해 세제 개편을 앞두고 출회되는 매물들이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게 됨에 따라, 매매 매물이 부족한 현 시장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매물 증가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위원은 "어느 정도 매물을 늘려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양도세 중과 등 여전히 매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그대로라 매물의 폭발적 증가를 유도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대차시장에서는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매수인이 곧바로 입주하지 않아도 되면서 기존 임차인이 계약을 갱신해 계속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종전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주택을 매수할 경우 매수자의 실거주를 위해 임차인의 갱신권을 제한했지만, 이번 조치는 1회, 최대 2년의 갱신계약까지 인정함으로써 임차인의 거주 안정성을 보다 높였다"고 설명했다.

전세 낀 매수 길 열렸지만…"갭투자 허용은 아냐"

매매시장에서는 투자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거주 시점을 뒤로 미룰 수 있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승계한 상태로 주택을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로 자기자본을 마련하기 어려운 여건에서는 전세가율이 높은 주택일수록 초기 투자금이 적게 들어간다. 이에 따라 갭투자(전세 낀 매매) 수요가 고가 주택보다는 상대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은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형석 위원은 "갭투자라는 건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유리한 만큼 중저가로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강남의 경우는 향후 퇴거 시 반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를 투자 목적의 갭투자 허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수자는 2026년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유예기간이 끝난 뒤에는 2년간 실제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함 랩장은 "투자 목적의 갭투자를 허용한 것이 아니라 한시적으로 무주택 실수요자의 거래 선택지를 넓힌 조치"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규제를 푸는 정책이라기보다 실거주 원칙은 유지하면서 임차인이 있는 주택의 거래를 현실에 맞게 조정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