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원 덮칠 '금리 청구서'…정비사업 속도 늦춰지나
기준금리 3.00%에 추가 인상까지…조합원 부담 직격
이주 밀리면 착공도 지연…공급 일정까지 흔들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기준금리가 연 3.00%로 올라선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리면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의 이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이주를 앞둔 조합원이 빌려야 하는 이주비 대출이 대부분 변동금리에 연동돼 있어 인상분이 곧바로 개인 부담으로 넘어오는 구조다. 자금 부담이 커지면 이주가 밀리고, 이주가 밀리면 착공도 늦어진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고, 최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인상 사이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서울 정비사업 시장은 대규모 이주 일정이 몰려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는 2027년 상반기 이주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7월 2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아 5850가구로 다시 짓고 2028년 착공이 목표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도 내년 관리처분계획 인가 절차에 들어가고, 노량진과 북아현 등 대규모 사업장의 이주 시점도 비슷한 시기다.
이주비 대출은 조합이 보유 토지를 담보로 잡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붙여 실행된다. 공적 보증이 들어가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한 수준의 금리가 적용된다.
문제는 그 기준이 되는 주담대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변동형 주담대의 지표인 코픽스(신규취급액 기준)는 7월 3.18%로 넉 달 연속 상승했고, 8월 기준금리 인상분은 아직 반영되지도 않았다.
대출 한도인 6억 원을 빌린 조합원이라면 금리가 0.5%포인트(p) 오를 때 연이자가 300만 원 늘어난다. 통상 이주 기간 2년을 잡으면 이자 부담은 600만 원 증가한다.
한도를 넘는 자금은 시공사 신용보강을 거친 추가 이주비로 조달해야 하는데, 금리가 훨씬 높다. 7월 기준 6~8% 수준으로 기본 이주비보다 많게는 4%p 높다. 시공사 신용도가 낮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더하다. 서울시가 올해 초 벌인 실태조사에서는 추가 이주비 금리를 10%로 제안받은 사업장도 확인됐다.
이미 이주비가 사업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단은 나와 있다. 같은 조사에서 관내 정비사업장 43곳 가운데 40곳이 이주비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지연과 사업성 저하가 확인됐고, 약 3만 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분이 얹히는 셈이다.
부담은 사업장에 따라 갈린다. 종전자산평가액이 높은 강남권 대단지는 기본 이주비로 인근 전세보증금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지만, 감정가가 낮은 사업장은 처음부터 고금리 추가 이주비에 기댈 수밖에 없다. 현금 여력이 없는 고령 조합원일수록 타격이 크다.
정부는 이주비를 정비사업 병목으로 보고 지난달 13일 대책을 내놨다. 이주비 대출 한도를 종전자산평가액뿐 아니라 사업 완료 후 가치인 종후자산평가액과 비교해 큰 금액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강북 등 일부 사업장은 한도가 30% 이상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된다. 추가 이주비 대출에 주택금융공사 보증을 붙이는 상품도 신설한다.
다만 한도를 늘려주는 것과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보증상품 시행 시점도 내년이어서 2027년 상반기 이주를 준비하는 단지와는 일정이 아슬아슬하게 맞물린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주비는 집을 사려고 빌리는 돈이 아니라 사업을 굴리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비용"이라며 "가계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잣대로 묶어두면 금리가 오르는 국면마다 공급 일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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