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경쟁 사라진 정비사업 수주전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서울 주요 정비사업에 건설사 한 곳만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마치 건설사들이 나눠 먹기를 위해 담합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낳을 정도다.
핵심 주거지로 불리는 목동 재건축에서도 경쟁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세 차례 진행한 입찰 중 단 한 곳에서도 경쟁은 성사되지 않았다. 과거라면 대형 건설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을 사업지다.
건설사 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공사비 부담이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커졌다.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도 만만치 않다. 수십억 원의 설계비와 홍보 인력을 투입하고도 수주에 실패하면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출혈 경쟁을 피하고 확실한 사업장만 선택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건설사의 합리적인 선택이 조합원에게 유리한 결과를 보장하진 않는다. 조합은 경쟁사가 없으면 공사 기간, 금융 조건, 특화설계 등을 비교하기 어렵다. 시공사와 계약 조건을 협상할 때 활용할 카드도 줄어든다. 조합원 총회에서 투표하더라도 사실상 단독 후보를 받아들이거나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 외에 선택지는 없다.
현행 제도상 경쟁입찰이 두 차례 유찰되면 조합은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법적 절차상 문제는 없다. 조합 입장에서 수의계약은 사업 지연을 막는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문제는 수의계약 방식 반복이 경쟁입찰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점이다. 조합원은 찬성 여부를 묻는 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지기 쉽지 않다. 시공사 선정을 다시 추진하면 사업 일정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을 떠안아야 해서다.
최근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추진한 시공사 선정안을 부결했다. 조합원들이 사업 지연 가능성을 감수하고 계약을 거부한 것이다.
이렇듯 시공사 선정이 장기간 표류하면 착공과 입주 일정이 연쇄적으로 늦어진다. 반대로 속도만 앞세워 불리한 계약을 서두르면 공사비 갈등이 불거진다. 사업은 더 큰 난관에 빠질 수 있다.
시공사 선정은 정비사업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 때문이다. 최초 계약 단계부터 비교 대상이 없었던 조합은 후속 협상에서 건설사를 상대하기 쉽지 않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 몫이다.
그렇다고 건설사에 무조건 입찰 참여를 요구할 수는 없다. 조합도 시공사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도록 사업성과 입찰 조건을 현실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신속한 공급은 중요하지만 조합원에게 불리한 계약을 감수하도록 재촉하는 속도전은 다른 얘기다. 경쟁 없는 수주전이 관행으로 굳어지기 전에 조합원 선택권과 정비사업 속도를 확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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