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강남을 겨냥한 세금, 청구서는 강북 세입자에게

이동희 건설부동산부 차장.ⓒ 뉴스1
이동희 건설부동산부 차장.ⓒ 뉴스1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이사할 전셋집을 알아보던 지인을 만났다. 그는 "지은 지 40년 가까운 아파트인데 전셋값이 한 달 만에 1억5000만원 올랐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홍지선 현 국토부 2차관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국민이 원하는 곳에 충분한 주택을 신속히 공급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공급 실행력에 방점이 찍힌 인사다. 그러나 지금 서울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은 공급 물량이 아니라 전월세다. 택지는 5년 뒤에나 조성되지만, 전세 계약서는 이번 달에 다시 쓰인다.

8·3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한 달, 겉으로 드러난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8월 넷째 주 강남과 서초 아파트값은 각각 0.11%, 0.05% 하락하며 3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보유세 부담 확대로 급매물이 나온 결과다. 고가주택을 겨냥한 세제가 강남·서초를 눌렀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문제는 서울의 나머지다.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0.29% 올라 상승폭이 오히려 확대됐다. 중랑구(0.56%)와 도봉구(0.54%) 등 중저가 밀집 지역이 끌어올렸다. KB부동산 8월 조사에서도 중랑구가 2.25%로 서울 상승률 1위였고 성북(2.08%), 노원(1.95%)이 뒤를 이었다. 강북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167만원으로 '평균 10억원' 시대를 열었다. 세제개편안은 집값 상승세를 멈춘 게 아니라 위치를 옮겼다.

더 눈여겨볼 곳은 임대차 시장이다. 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4주간 0.86% 올랐다. 올해 누적치는 7.18%로 지난해 같은 기간(1.45%)의 약 다섯 배다. 성북구(11.89%)와 노원구(10.92%), 도봉구(9.03%)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전세 공급이 줄어든 데다, 월세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까지 겹친 결과다.

우려스러운 것은 매매와 전월세 상승 지역이 겹친다는 점이다. 전셋값이 뛰자 세입자와 무주택자가 매매로 돌아섰고, 자금 조달 부담이 덜한 성북·도봉·노원 등으로 수요가 몰렸다. 매물이 쌓인 강남은 대출 규제에 막힌 이들에게 애초에 선택지가 아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오른 전셋값과 늘어난 월세, 그리고 뒤따라 오른 중저가 매매가격이다. 한 달 새 주거 사다리의 아래 칸이 더 좁아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과거 진보정권이 수요 억제와 세금에 매달렸지만 시장과 수요가 정책을 이겨내더라는 것이 이유였다. 진단은 정확했다. 문제는 그 진단이 한 달 만에 스스로에게 적용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8·3을 집값 대책이 아니라 세제 정상화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시장은 명분이 아니라 부담의 방향을 읽는다.

정부는 이르면 9월 말 7만3000가구 규모의 수도권 추가 택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택지 지정에서 입주까지 빨라야 5년이다. 지금 계약서를 다시 쓰는 세입자에게는 체감되지 않는 발표다.

이재명 정부는 두 번째 국토부 장관을 맞는다. 홍지선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답해야 할 것은 강남 집값을 얼마나 더 끌어내리겠느냐가 아니다. 매매지표를 누르는 동안 전월세는 왜 반대로 달렸는지, 그 공백을 무엇으로 메울 것인지다. 통계는 강남을 보지만, 사람은 전세를 산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