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최대 수출품, 감귤 아닌 반도체"…JDC, 2첨단단지에 'AI 승부수'
86만㎡에 AI 전용 구역…40㎿ 공공 데이터센터 추진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이 '무기'…2028년 준공 목표
- 이동희 기자
(제주=뉴스1) 이동희 기자
단일 품목 기준 제주도 최대 수출품이 '반도체'입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제주시 월평동 일대에 '제2첨단과학기술단지'를 조성해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나선다. 약 86만㎡ 규모 부지에 AI 전용 구역을 따로 배정하고, 제주도와 함께 40메가와트(㎿)급 공공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추진한다. 첨단 제조·정보기술(IT) 산업을 키워 제주도 내 청년 일자리를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JDC는 지난 27~28일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프레스투어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2단지는 현재 부지조성공사 공정률 35%를 넘겼고, 준공 목표는 2028년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사전 분양 계약을 본격화한다.
박재모 JDC 산업육성실장은 "1단지는 용지 분양이 이미 끝났습니다. 임대 건물도 공실이 없어요. 그런데도 문의가 계속 들어옵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2010년 준공한 1단지(제주시 아라동·약 109만㎡)는 분양 마감 이후에도 입주 수요가 줄지 않았다. 2단지 착수를 서두른 배경이다.
관광산업 중심인 제주에 국가산단이 왜 필요한지는 통계가 설명한다. 제주는 산업구조가 3차 산업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 엔데믹 이후 항공편이 줄고 입도객이 예전만 못하자 충격이 곧바로 왔다. JDC의 주요 재원인 지정면세점 매출은 코로나 시기 정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청년 유출도 이어진다. 2023년 순유출 인구는 4800여 명에 달했다. 떠나는 이유를 물으면 첫 번째가 일자리, 두 번째가 교육이다. 제조업이나 물류 공장은 육지로 실어 나르는 물류비 탓에 들어오기 어렵다. JDC가 물류비 부담이 작은 첨단 업종에 승부를 건 이유다.
1단지 성적표는 이 판단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JDC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입주기업은 193개사, 매출액 합계는 8조 2000억 원, 고용 인원은 3700명이다. 입주기업 매출액 합계는 제주 지역내총생산(GRDP)의 32%에 해당하는 규모다. 카카오와 이스트소프트, 제주반도체, 한국비엠아이,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 IT·BT·항공우주 기업이 들어와 있다. 제주의 수출 1위 품목이 감귤이 아닌 반도체라는 사실도 이 단지의 산업적 위상을 보여준다.
성장 사례도 나왔다. 자율주행 AI 기업 노타는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이 단지를 찾았다. JDC는 단지 안에 있는 KAIST 친환경 스마트자동차 연구센터와 연결해 주고 국비 실증과제를 붙여줬다. 노타는 지난해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JDC가 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 펀드에 출자한 시드머니는 28억 원이다. 이 중 한 곳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해 34%가량 수익을 냈고 올해 첫 배당을 받는다. 국토부가 올해 15억 원을 추가 출자하면 재원은 50억 원 가까이 늘어난다.
운영 방식도 다르다. 통상 국가산단은 조성이 끝나면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 이관되지만, 제주 첨단단지는 조성한 기관이 운영까지 맡는다. 전국에서 유일하다. 제주특별법 조항을 손봐 확보한 구조다. 유휴부지 매각과 기업 유치, 입주기업 성장 지원이 한 기관 안에서 이어진다. 단지가 제주대와 제주국제대, 한국폴리텍대에 둘러싸인 자리에 들어선 것도 산학연 인력 공급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2단지의 핵심은 부지 안에 따로 떼어놓은 AI 전용 구역이다. JDC는 제주도와 공동으로 40㎿급 공공 AI 데이터센터를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4억7500만 원을 받아 제주테크노파크와 기획용역을 진행 중이며, 보고서는 11월께 나온다. 향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이 이뤄지면 내년에 기본설계 단계로 넘어간다는 구상이다.
강점으로 꼽히는 것은 전력 여건이다. 제주는 풍력·태양광 발전량이 늘면서 송전망 부담으로 발전을 제한하는 출력제어가 반복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확보가 주요 제약으로 꼽히는 반면, 제주는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게 JDC의 판단이다.
JDC는 한국전력과 전력 공급을, 수자원공사와 냉각용수 공급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를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의 완충장치로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다만 사업비가 4조~5조 원대로 추산돼 공공 단독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 JDC는 카카오는 물론 SK·KT와도 접촉 중이다.
인재 계획도 함께 움직인다. 단기적으로는 KAIST가 운영하는 AI 특화교육과 인큐베이팅, 중장기적으로는 2030년을 목표로 한 4대 과학기술원 연합캠퍼스 구상이다. 우선 KAIST와 제주대가 지역 수요에 맞는 특화대학원을 만들어 가능성을 살펴보는 단계다. 90일 무사증 제도를 활용해 디지털 노마드를 끌어들이는 글로벌 워케이션 거점 구상도 이 그림에 얹혀 있다.
JDC는 전체 구상에 '제주 넥서스 캠퍼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문화가 있는 산업단지' 국비 공모(700억 원 규모)에 지난해 선정되지 못한 뒤 사업을 보완해 재도전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제주도와 함께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에 선정돼 약 3만 6000㎡ 규모 식품클러스터 조성에 착수했다. 가공센터와 연구관, 기업관을 묶은 형태다. K뷰티·K푸드 기반 지역 특화산업에 AI를 접목해 단지 내 산업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JDC의 제주 내 다른 사업장은 성과와 숙제가 엇갈린다.
서귀포 대정읍 영어교육도시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 국제학교 4곳에 4044명이 재학 중이고 충원율은 71.9%다. 졸업생의 93% 이상이 해외 대학에 진학하고, 이 중 절반가량이 세계 100대 대학에 간다.
JDC는 누적 유학수지 절감액을 1조5828억 원으로 추산한다. 인구가 줄던 대정 지역에 1만 명 규모 경제활동 인구가 생겼다. 첫 학교인 NLCS를 유치할 때는 "애원하다시피 했다"던 상황이 이제는 학교 쪽에서 먼저 찾아오는 쪽으로 바뀌었다. 원래 민간이 하려던 사업이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 조달이 막히자 JDC가 떠안았다.
신화역사공원은 진행형이다. 전체 공정률은 76%다. JDC가 직접 맡은 J지구 27만㎡에 신화·역사를 테마로 한 공원이 들어선다. 지난달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고 내년 2월 착공, 2029년 12월 준공이 목표다.
헬스케어타운과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풀어야 할 숙제다. 헬스케어타운은 중국 녹지그룹의 자금난으로 2단계 공사가 중단됐고, 예래단지는 2015년 대법원 판결 이후 짓다 만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JDC는 예래단지 토지를 80%가량 다시 사들였고, 유원지가 아닌 도시개발사업으로 인허가를 전환하는 방안을 제주도와 협의 중이다.
향후 첨단단지와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재원 확보도 관건이다. JDC는 지정면세점 수익을 주요 재원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면세점 순이익은 많을 때 연 1000억 원 수준이지만 첨단단지 1단지 조성에만 약 9000억 원(국비 605억 원 포함)이 투입됐다. 주된 수익원인 지정면세점 실적이 관광객 감소와 업황 악화로 둔화한 상황에서 대규모 첨단단지와 데이터센터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과제로 꼽힌다.
지난 3월 부임한 송석언 JDC 이사장은 "사업 재개 발판을 마련하겠다"면서 "첨단기술 2단지 준공과 기업 유치로 제주의 AI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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