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강남에 이런 땅 없죠"…1.3만가구 '탄천 카드' 현실화 변수는

3호선·남부순환로 교통 여건 우수…하수시설 탓 악취도
이전 가능성엔 의문·주민 반대 우려도…서울시·국토부 협의

26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하수처리시설인 탄천물재생센터의 모습.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공원 내 주택공급 방안에 반대하며 해당 부지를 대체지로 제안했다.2026.8.26 ⓒ 뉴스1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서울에, 그것도 강남에서 이런 빈 땅 찾기 어렵죠. (탄천물재생센터) 이전 문제만 해결되면 입지는 최고입니다." (서울 강남구 공인중개사 A 씨)

지난 26일 찾은 서울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의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에 반대하며 대체부지로 제안한 곳이지만 일대 분위기는 아직 잠잠했다.

인근 주민들은 "정화시설이 진짜 옮겨지느냐"며 반신반의했다. 반면 공인중개사들은 이미 고밀 개발이 이뤄진 강남에서 이 정도 규모의 부지를 찾기 어렵다며 이전만 현실화한다면 주택 공급 입지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물재생센터 이전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최대 1만 30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이 추진될 경우 교통·학교 등 기반시설 부담과 집값 하락을 우려한 주민 반발도 넘어야 할 변수로 꼽힌다.

지하철역에서 도보 10분…하수처리 '악취'도

지하철 3호선 대청역을 빠져나와 탄천물재생센터까지 닿는 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부지 북쪽과 동쪽으로 남부순환로가 지나 대중교통뿐 아니라 차량을 이용하기에도 편리한 입지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일원동에서 차로 강남역까지는 30분, 잠실역까지는 20분 안팎이면 이동할 수 있어 강남·송파 일대 업무지역 접근성도 좋다.

일원동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공인중개사 A 씨는 "강남에 저렇게 넓은 빈 땅이 어디 있느냐"며 "어제 오세훈 시장이 주택을 짓겠다고 해 '이제 개발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수처리시설인 만큼 주변에서는 악취가 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물재생센터 위에 조성된 공원에서는 약한 물비린내가 났다.

30년 넘게 인근 아파트에 거주한 70대 주민 B 씨는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름철, 특히 비가 내리면 냄새가 난다"며 "아파트를 지으려면 이 시설을 다 처리해야 할 텐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용산공원 개발의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회동에서 용산공원 보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탄천물재생센터 ‘동남권 청년 특화 산업단지’ 구상을 정식 제안했고, 김 장관도 주택 공급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26.8.26 ⓒ 뉴스1 이종수 기자
주민들 "정화시설 이전 가능하냐"…과밀 우려 반대 가능성도

오 시장은 최근 탄천물재생센터가 지어진 지 40년이 넘어 용량 증설 등을 위해 이전할 필요성이 있다며 택지 후보지로 제안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화시설 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

일원동 주민 C 씨는 "여기서 정화한 물이 강남구뿐 아니라 일대에 다 공급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근처에 이만한 땅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며 "금방 아파트를 세우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대 1만 3000가구 규모의 주택이 들어설 경우 주민 수용성도 변수다. 교통 혼잡과 학교 과밀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어서다.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약 5년 전 탄천물재생센터와 맞닿은 동부도로사업소 부지에 공공주택 개발설이 돌았을 당시 주민 반대가 거셌다고 전했다.

공인중개사 D 씨는 "임대주택이니 뭐니 근처에 들어오면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냐"며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기도 전이었는데 민원이 많아서 얘기가 쏙 들어갔다"고 귀띔했다.

'吳 제안' 급부상한 탄천 부지…서울시·국토부 협의 본격

탄천물재생센터는 오 시장이 용산공원 대체부지로 공식 제안하면서 새로운 주택 공급 후보지로 떠올랐다. 오 시장은 전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회동에서 탄천 부지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는 약 39만 3000㎡로 정부가 주택 공급을 검토하는 용산어린이정원보다 약 9만㎡ 넓다. 서울시는 용산공원 녹지를 보존하면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이 부지를 제시하고 있다.

국토부도 서울시의 제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논의가 시작된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공급 규모와 사업 방식, 시기 등은 향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용산공원 활용과 대체부지 발굴 등을 놓고 추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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