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안 짓고도 최대 1.8만가구…탄천·그린벨트 '대안' 부상
탄천·용산 주변부지만 단순 합산해도 최대 1만8400가구
정부는 용산 훼손부지 카드 유지…서울시 "철회 땐 일부 GB도 검토"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용산공원 내 청년·신혼부부 주택 공급 방침을 유지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탄천물재생센터와 용산 주변부지에 이어 훼손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까지 대체 카드로 제시했다. 정부도 서울시가 제안한 대체부지의 사업성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용산공원 본체와 '공원 밖 공급'을 놓고 양측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정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비공개 회동을 갖고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비롯한 서울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일에도 만나 용산공원 본체 활용 문제를 협의했지만 견해차를 해소하지 못했다.
회동 이후에도 양측은 용산공원 활용을 놓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 시장에게 "용산 불가론만 고수해선 안 된다"며 장교숙소 등 이미 훼손된 부지 활용에 대한 공론화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용산공원 공급 방침을 철회할 경우 탄천물재생센터 등 대체부지뿐 아니라 보전가치가 낮은 일부 그린벨트 해제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용산공원 가운데 공원·녹지 기능이 훼손됐거나 과거 주거용 등으로 쓰였던 일부 부지를 활용해 청년·신혼부부·다자녀 가구 등을 위한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대표적인 후보지로 거론되는 용산어린이정원은 약 30만㎡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용적률을 500% 수준까지 적용할 경우 약 1만 가구를 지을 수 있고, 소형 주택 비중을 늘려 고밀 개발하면 최대 2만 가구까지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장교숙소 5단지와 옛 방위사업청 부지, 군인아파트 등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문제는 사업 추진에 필요한 절차다. 공원 본체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려면 용산공원 관련 특별법 개정 등 제도적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서울시가 본체 활용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실제 착공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장관 역시 회동 이후 용산공원 내 훼손부지 활용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로서는 대체부지를 검토하더라도 용산공원 활용 가능성까지 닫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용산공원 본체를 활용하는 대신 기존 도시계획 체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지를 중심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국군재정관리단과 외교부 주차장, 한국은행 생활관 등 3곳을 새로운 주택 공급 후보지로 제안했다.
세 부지의 면적은 모두 합쳐 약 4만 2975㎡다. 2500가구 공급이 예정된 캠프킴과 비슷한 규모로, 평균 용적률 300~400%를 적용하고 지상 연면적 가운데 실제 주거로 활용되는 비율 등을 고려하면 약 1500~2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용산공원 동쪽 미군 수송부 부지도 선택지 중 하나다. 약 7만 8993㎡ 규모로, 같은 조건을 적용하면 최대 3400가구 안팎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오 시장은 여기에 탄천물재생센터를 추가 카드로 내놨다. 최근 탄천물재생센터에 1만~1만 30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전날 김 장관과의 회동에서도 해당 부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탄천물재생센터는 약 39만 3000㎡로 용산어린이정원보다 약 9만㎡ 넓다. 수도권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과 대청역이 인접해 있고 수서역에서는 SRT와 GTX-A, 수인분당선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와 정치권이 제안한 용산 주변부지와 탄천물재생센터의 공급 가능 물량을 단순 합산하면 1만 4900~1만 8400가구에 달한다. 용산공원 본체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최대 1만 8000가구 안팎의 공급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이는 각 부지의 예상 공급량을 단순 합산한 것으로 실제 사업성과 개발계획 등에 따라 공급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서울시는 여기에 조건부로 그린벨트 활용 가능성도 열어놨다. 정부가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방침을 철회할 경우 이미 훼손돼 보전가치가 낮은 일부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대상지와 공급 규모는 제시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용산공원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서울시가 제안한 대체부지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시로부터 탄천물재생센터의 구체적인 공급 계획을 전달받는 대로 공급 규모와 사업성 등을 따져볼 예정이다.
김 장관은 회동 직후 "용산공원이어야만 한다는 건 원래부터 없다"고 밝혔지만, 이후 SNS에서는 "용산 불가론만 고수해선 안 된다"며 용산공원 내 훼손부지 활용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대체부지를 검토하되 용산공원 카드도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체부지는 용산공원 본체와 비교하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도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체를 활용하려면 특별법 개정 등 별도의 절차가 필요한 반면 기존 도시계획 체계 안에서 개발할 수 있는 부지는 관련 절차를 거쳐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서울시의 협조를 얻으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용산공원 공급에 지자체의 동의가 법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사업을 강행할 경우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탄천물재생센터 역시 현재 운영 중인 시설을 이전해야 하는 만큼 실제 주택 공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재생센터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는 상태라 용산공원에 공급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며 "자료가 넘어오면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용산공원이라는 특정 부지에 매달리기보다 서울시가 제안한 대체부지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용산공원 공급 자체를 검토할 수는 있지만 지금처럼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며 "서울시에서도 대체부지를 제안한 만큼 지방정부의 협조를 받으면서 빠른 공급을 이뤄내는 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재된 부지를 활용하면 기반시설이나 교통 과밀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국토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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