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최대어' 시범, 삼성물산 단독 입찰…경쟁 사라진 서울 재건축

삼성물산 홀로 응찰해 유찰…수의계약 수순
한양 빼면 여의도 전 단지 단독…공사비 방어 지렛대 약화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경.(뉴스1 자료사진)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서울 여의도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시범아파트 시공사 선정 입찰이 삼성물산(028260)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 사업비 약 2조 원에 3.3㎡당 예정 공사비가 1150만 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장마저 경쟁입찰이 무산되면서 여의도 재건축 시장에서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을 마감했다.

마감 결과 삼성물산 1개사만 제안서를 제출해 경쟁입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도시정비법상 시공사 입찰은 2개사 이상이 참여해야 성립한다.

한국자산신탁은 조만간 재입찰 공고를 낼 방침이다. 2차 입찰에서도 경쟁이 성립하지 않으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시범아파트 재건축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50번지 일대 10만 9307.8㎡ 부지에 1971년 준공된 기존 1584가구를 헐고 지하 6층~지상 59층, 21개 동, 2491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신축 연면적은 62만 295㎡이며 예정 공사비는 3.3㎡당 1150만 원(부가세 별도)이다. 사업비는 약 2조 원에 달해 여의도 일대 최대어로 꼽힌다.

시범아파트 재건축은 올해 하반기 서울 정비사업의 최대 수주 격전지 중 하나로 꼽혔다. 지난 5월 26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과 GS건설(006360), 대우건설(047040), IPARK현대산업개발(294870), 금호건설(002990), 호반건설, 제일건설 등 7개사가 참석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현대건설이 불참하면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경쟁 구도가 예상됐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인근 화랑아파트와 목동 재건축 등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틀면서 삼성물산 단독 구도로 기울었다.

여의도 재건축서 사라진 경쟁입찰…건설사 '선별 수주'

이번 유찰로 여의도에서 최근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은 사업장은 대부분 단독입찰로 마무리됐다.

2023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한양아파트를 제외하면 공작아파트는 대우건설, 대교아파트는 삼성물산이 각각 단독 입찰해 시공권을 확보했다. 지난달 9일 입찰을 마감한 목화아파트도 삼성물산만 응찰해 유찰됐다. 광장아파트 38-1구역 역시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만 참석해 재공고 절차를 밟았다.

단독 입찰은 여의도만의 현상도 아니다. 올해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인 이른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가운데 경쟁입찰이 성사된 곳은 압구정5구역과 성수4지구 정도에 그친다.

업계에서는 높은 공사 난이도와 사업 참여에 따른 리스크가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상당수는 협소한 부지에 초고층 건축물을 짓는 데다 한강변 연약지반에서 대심도 굴착과 초고층 기초공사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시범아파트는 공동도급(컨소시엄)도 금지했다. 시공사가 사업 리스크를 단독으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입찰보증금 500억 원도 이행보증증권이 아닌 현금으로 마감 전까지 납부하도록 했다.

3.3㎡당 1150만원에도 단독 응찰…공사비 협상력 약화 우려

공사비도 관심사다. 이번 입찰은 발주자가 제시한 물량내역서를 입찰자가 수정해 제안할 수 있는 '물량내역수정 입찰' 방식이다. 이에 따라 3.3㎡당 1150만 원은 확정 공사비가 아닌 예정가격이다.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경우 사업시행자와 소유자 입장에서는 공사비 협상 과정에서 경쟁을 활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여의도 목화아파트가 3.3㎡당 1370만 원, 광장아파트가 1590만 원으로 정비사업 사상 최고 수준의 공사비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도 경쟁 구도를 만들지 못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착공 시점 공사비 재협상 과정에서 조합원 분담금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범아파트는 신탁 방식 사업장으로 최종 시공자는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 투표로 결정된다. 사업계획은 지난 3월 31일 사업시행계획 신청서 기준으로, 인가 과정에서 사업 규모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한편 여의도 재건축은 대교아파트가 지난 5월 21일 일대 최초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으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