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정비사업 인허가 대부분 자치구 권한…이양 실효성 없어"(종합)
193곳 중 구역지정 단계 31곳…서울시 심의는 전체 기간 2.7%
"자치구별 난개발·형평성 논란 우려…사업지 쪼개기 가능성도"
- 김종윤 기자,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김종훈 기자 = 서울시가 당정이 추진하는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 구역 지정 권한의 자치구청장 이양에 대해 "현장을 제대로 모르는 구호일 뿐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치구마다 정비사업 기준이 달라져 난개발과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서울시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한다고 해서 주택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거나 사업 기간이 단축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3일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서울시 구청장 요구를 종합해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에 대해 기초단체장에게 권한을 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당정 추진 계획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동구 서울시 건축기획관은 "서울은 하나의 유기적인 거대 생활권"이라며 "도시계획적 지원뿐 아니라 상하수도, 도로, 공원 등 도시 인프라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이양한다면 서울시 상위계획과의 정합성이 저하되고 자치구별 개별 정비사업에 따라 잣대가 달라진다"며 "도시관리 정책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자치구마다 기준이 달라질 경우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공공기여 비율과 용도 기준이 달라지면 지역별 형평성과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기획관은 "자치구는 서울 전체 균형발전보다 개별 조합의 수익성 요구나 주민 찬반 갈등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 주거환경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갑작스러운 기준 변경에 따른 구역 간 형평성 논란과 500가구 이하로 규모를 맞추기 위한 '사업지 쪼개기' 가능성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자치구 이양 기준이 '500가구'에서 그 미만으로 재조정되더라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기획관은 "부작용은 똑같을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권한 이양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당정이 권한 이양의 근거로 제시한 '행정 병목 해소' 주장도 반박했다. 현재 정비사업 관련 9개 인허가 권한 가운데 7개는 자치구가 갖고 있다. 서울시가 행사하는 권한은 '구역 지정을 위한 심의'와 '사업 시행을 위한 통합심의' 2개뿐이다.
김 기획관은 "서울시 권한인 2가지 심의 소요 기간은 약 4개월에 불과하다"며 "정비사업 전체 기간을 12년으로 본다면 2.7%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500가구 이하로 추진 중인 정비사업 193곳 가운데 구역 지정 단계에 있는 곳도 31곳(16%)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업장 대부분은 이미 자치구가 담당하는 인허가 단계에 진입했다.
김 기획관은 "법적 요건이 충족됐음에도 일부 자치구에서는 사업시행자 지정 승인을 2개월째 보류하고 있다"며 "자치구 단계에서 행정을 지연시키는 사례가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짚었다.
서울시는 자치구의 실무 경험 부족도 지적했다. 김 기획관은 "(지구 지정·통합심의 업무 경험자가) 자치구 내에 많지 않을 것"이라며 "권한 이양을 받은 자치구가 감당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당정에 권한 이양 방안을 재검토하고 이미 추진 중인 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정이 방안을 강행할 경우 서울시가 이를 저지할 뚜렷한 수단은 없는 상황이다.
김 기획관은 "서울시가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은 제한적"이라며 "서울시 차원에서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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