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에 정비구역 지정권 준다지만…서울 84% 이미 '다음 단계'

500가구 이하 초기 사업장 16%뿐…권한 이양 직접 효과 제한적
시 "지정·통합심의 4개월, 전체 사업기간 2.7%"…난개발 우려"

한성숙 국무총리(앞줄 오른쪽부터),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10차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8.23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당정이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구청장에게 넘기기로 한 서울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 가운데 84%가 이미 조합설립·사업시행인가 등 후속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권한 이양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초기 단계 사업장이 16%에 그쳐 정비사업 기간 단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비구역 지정과 서울시 통합심의에 걸리는 기간도 전체 정비사업 기간의 2.7% 수준이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구청장별 정비사업 추진 의지와 심의 역량에 따라 사업 속도에 편차가 생기거나, 자치구별 개발계획이 분절돼 광역 도시계획과의 정합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짚었다.

서울 500가구 이하 84% 이미 후속 단계…초기 사업장 16%

24일 서울시와 정부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전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의 정비구역 지정 등 관련 권한을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울 구청장의 정비사업 권한 확대는 6·3 지방선거에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내놓은 공약이다. 이후 민주당 중심의 서울시구청장협의회가 요구했고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

현재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은 서울시가 담당한다. 자치구가 정비계획안을 마련하더라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여권은 500가구 이하 사업의 정비구역 지정과 경미한 계획 변경 권한 등을 자치구로 넘겨 행정 절차를 줄이고 사업 기간을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 가운데 84%는 이미 조합설립이나 사업시행인가 등 정비구역 지정 이후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당정이 추진하는 정비구역 지정 권한 이양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초기 단계 사업장은 16% 수준이다.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넘기더라도 이미 후속 절차에 들어간 사업장의 속도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셈이다.

서울시가 담당하는 절차가 전체 정비사업 기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비구역 지정 심의와 통합심의에는 약 4개월이 소요된다. 전체 정비사업 기간을 12년으로 가정할 경우 약 2.7%에 해당한다.

서울시 측은 "소규모 정비사업의 병목을 초래한다는 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것은 권한의 위치가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제도와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구청장 따라 속도 달라질 수도"…난개발 우려도

전문가들도 단순한 권한 이양만으로 정비사업 기간을 크게 단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서울 25개 구청장 간 개별 역량이 다른 게 문제"라며 "구청장의 재개발 의지가 약하면 구역 지정 속도가 오히려 더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구별로 개발계획이 분절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구청이 본인 지역만 생각하면서 특정 지역에 소규모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이 몰릴 수 있다"며 "지하철·학교·도로 등 기반시설을 포함한 전반적인 도시계획이 미흡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자치구가 이미 상당 부분의 정비사업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어 추가적인 권한 이양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비사업은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을 거친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정비구역 지정 심의와 통합심의를 맡고 있으며 상당수 후속 인허가는 자치구가 담당한다.

심형석 우대빵 부동산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은 "이미 자치구에 정비사업 권한이 많이 있는 편"이라며 "구역 지정이 느려서 주택 공급이 늦어지는 게 아니라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률과 높이는 물론 도로·학교 등 기반시설과 주변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권한 이양에 따른 난개발 가능성을 우려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