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500가구 이하 재개발 권한 이양?…구별 잣대 달라져 난개발"
당정 '제도 개선' 하루 만에 반발…"실효성 떨어지는 조치"
"9개 권한 중 7개 이미 자치구에"…과밀개발·사업지연 우려
-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당정이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의 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청장에게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자 서울시가 "현장을 제대로 모르는 구호일 뿐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자치구마다 정비사업 기준이 달라져 난개발과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시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한다고 해서 주택공급이 획기적으로 늘거나 사업 기간이 단축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시는 "서울은 하나의 유기적인 거대 생활권"이라며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한 용적률과 높이 등 도시계획적 지원은 물론 상하수도, 도로, 공원 등 도시 인프라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이양한다면 서울시 상위계획과의 정합성이 저하되고 자치구별 개별 정비사업에 따라 잣대가 달라진다"며 "도시관리 정책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시는 자치구마다 기준이 달라질 경우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는 "공공기여 비율과 용도 기준이 상이해지면 특혜 논란과 부동산 투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자치구는 서울 전체 균형발전보다는 개별 조합의 수익성 요구나 주민 찬반 갈등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밀개발과 사업 지연을 유발한다"며 "장기적으로 주거환경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기준 변경에 따른 구역 간 형평성 논란과 500가구 이하로 규모를 맞추기 위한 '사업지 쪼개기' 가능성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시는 당정이 권한 이양의 근거로 제시한 '행정 병목 해소' 주장도 반박했다.
현재 정비사업 관련 9개 인허가 권한 가운데 7개는 자치구가 갖고 있으며, 서울시가 행사하는 권한은 '구역 지정을 위한 심의'와 '사업 시행을 위한 통합심의' 등 2개뿐이라는 것이다.
시는 "서울시 권한인 2가지 심의 소요 기간은 약 4개월에 불과하다"며 "정비사업 전체 기간을 12년으로 본다면 2.7%에 그친다"고 했다.
500가구 이하로 추진 중인 정비사업 193곳 가운데 구역 지정 단계에 있는 곳도 31곳(16%)에 불과해 대다수 사업장이 이미 자치구 인허가 단계에 들어섰다는 게 시 설명이다.
시는 오히려 권한이 자치구로 이양되면 사업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는 "법적 요건이 충족됐음에도 일부 자치구에서는 사업시행자 지정 승인을 2개월째 보류하고 있다"며 "자치구 단계에서 행정을 지연시키는 사례가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실제 주민들도 반대 민원이 있을 경우 자치구 인허가가 지연되는 것을 이미 수차례 경험했기 때문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는 당정에 권한 이양 방안을 재검토하고 이미 추진 중인 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는 "제대로 된 주택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은 단순히 권한을 나눠 갖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며 "정부와 여당은 실효성은 떨어지고 현장의 혼란만 키우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서울시 구청장들의 요구 등을 종합해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에 대해 기초단체장에게 권한을 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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