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사용설명서] 30억 집 사면 '전수검증'…자금출처 어디까지 보나

국세청 자금출처 조사 확대…현금·가족 간 차용 집중 검증
차용증에 원금·이자 지급내역까지 증빙자료 꼼꼼히 챙겨야

편집자주 ...부동산은 집값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정책과 공급, 금융과 세금, 도시와 개발, 주거문화까지 다양한 요소가 시장을 움직인다. 뉴스1은 설명형 기획 '부동산 사용설명서'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원리와 제도, 현안을 독자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낸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자료사진)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국세청이 3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 취득자의 자금조달 내역을 전수 검증하는 등 부동산 자금출처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현금부자와 고액 사적채무 활용자 등 127명을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부모에게 돈을 빌리고 차용증까지 작성했더라도 실제 상환 능력이나 이자 지급 등이 확인되지 않으면 편법 증여로 의심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세청은 "편법적인 자금조달에 대해서는 가용한 조직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조사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등 자금출처 검증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 국세청의 조사 대상에는 대출 없이 30억 원대 아파트를 산 30대 부부와 아버지에게 10여억 원을 빌려 20억 원 수준의 아파트를 취득한 30대 사회초년생 등이 포함됐다.

자금출처 소명을 갑자기 요구받으면 대응이 쉽지 않은 만큼 주택 취득 단계부터 자금조달계획서를 정확하게 작성하고 관련 입증자료를 갖춰두는 것이 중요하다.

30억 아파트 '현금 매수'…아버지 주식 판 돈까지 들여다본다

국세청의 자금출처 검증은 주택 구매자가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만 들여다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취득자의 소득과 재산, 가족의 자금 흐름 등을 분석해 실제 주택 구입자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확인한다.

국세청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A 씨와 배우자는 학군지의 30억 원대 고가 아파트를 대출 없이 전액 자기자금으로 공동 취득했다.

A 씨 부부는 신고소득에 비해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세청은 A 씨가 아파트를 취득하기 직전 고액 자산가인 아버지가 해외주식 30여억 원어치를 매각했지만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세청은 A 씨 부부의 아파트 취득자금과 아버지의 해외주식 매각대금 흐름을 확인해 편법 증여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

특히 3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 취득거래는 2024년 거래분부터 전수 검증 대상이다.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30대 이하 연소자와 외국인 등 자금출처가 의심되는 거래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아버지에게 10억 빌리고 차용증까지…그래도 조사받은 이유

부모나 친인척에게 주택 구입자금을 빌렸다면 차용증을 작성했다는 사실만으로 정상적인 차입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30대 초반 사회초년생 B 씨는 강남권 신도시의 20억 원 수준 아파트를 취득했다. 소액의 담보대출을 받았지만 부족한 취득자금 대부분인 10여억 원은 상가 건물주인 아버지에게 빌리고 차용증까지 작성했다.

문제는 상환 조건이었다. 차용증에는 아버지의 사망 시점을 상환기한으로 정하고 이자 역시 상환 시점에 한꺼번에 지급하도록 돼 있었다.

국세청은 B 씨의 상환 능력이 부족한 데다 차용 조건도 통상적이지 않다고 보고 실제 채무가 아닌 편법 증여인지 검증에 들어갔다.

부모나 친인척에게 돈을 빌렸다면 차용증뿐 아니라 실제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 내역 등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차용증만 쓰면 끝?…원금·이자 실제 지급이 중요

자금출처 소명의 출발점은 자금조달계획서다.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30일 이내 부동산 거래 신고를 해야 하며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자금조달계획서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자금조달계획서에는 주택 구입에 필요한 돈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했는지를 적는다. 자금 출처는 크게 △예금·주식 매각대금·기존 전세보증금 등 자기자금 △금융기관 대출·주변인 차용 등 차입금 △증여·상속 등으로 나뉜다.

국세청은 국토교통부와 자금조달계획서를 실시간 공유하고 취득자의 소득·재산 내역 등을 토대로 취득자금에 정상적인 출처가 있는지 살펴본다.

현금으로 집을 샀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고소득이나 기존 재산에 비해 주택 취득자금이 지나치게 많으면 자금 형성 과정까지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치과의사가 서울 강남권의 50억 원대 대형 아파트를 취득했다가 조사 대상에 오른 사례도 있다. 국세청은 신고소득과 보유재산에 비해 취득자금이 많다고 보고 비급여 진료비 현금매출 누락이나 부모로부터의 편법 증여 가능성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국세청의 부동산 탈세 조사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착수한 초고가주택 등 부동산 탈세 혐의자 104명에 대한 조사에서는 현재까지 318억 원을 추징했고 탈루 규모는 731억 원으로 파악됐다.

결국 자금출처 검증에 대비하려면 자금조달계획서를 정확하게 작성하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거래 내역 등 증빙자료를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부모나 친인척에게 돈을 빌렸다면 차용증에 정한 내용대로 원금을 상환하고 이자를 지급했다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 실제 상환 없이 형식적인 차용증만 작성했다면 증여로 판단돼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차용증 공증은 자금 차입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는 아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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