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고속도로 15년 굴리는 도로공사…해외수주 7495억 쌓았다

[해외건설 판이 바뀐다]⑧ 투자개발형으로 무게중심 이동
中·日 제친 필리핀 첫 감리에 한국형 하이패스 첫 수출까지

편집자주 ...중동발 지정학적 충격이 해외건설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수주가 급감하면서 특정 지역에 의존한 해외사업 구조의 한계도 드러났다. 반면 중동 재건사업은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사들은 시장 다변화와 원전·데이터센터 등 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뉴스1은 달라지는 해외건설 시장의 판세와 K-건설의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튀르키예 크날르~말카라 현장.(한국도로공사 제공)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한국도로공사가 50여 년간 축적한 고속도로 건설·운영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도로교통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시공감리와 설계자문 같은 단순 기술용역에서 출발한 해외사업이 민관협력 투자개발사업(PPP)과 운영·유지관리(O&M) 등 장기·대규모·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수주 실적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해외사업 누적 7495억원…최근 3년 수주액이 절반

도로공사의 해외사업 누적 수주액은 2026년 6월 현재 7495억 원에 달한다. 해외사업 첫해인 2005년 수주액은 4억 원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전 세계 17개국에서 24건의 해외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성장세는 최근 들어 더 가팔라졌다. 2024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수주액은 3783억 원으로 누적 수주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2022억 원을 수주하며 이미 연간 기준 역대 최대 해외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체질 변화도 함께 이뤄졌다. 전통적인 발주형 사업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자 도로공사는 '투자개발형 사업' 발굴과 참여를 전략목표로 내걸었다.

첫 결실은 2018년 참여한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 투자·운영·유지관리 사업이다. 계약금액은 약 1612억 원으로, 2023년 6월부터 2039년 4월까지 15년 10개월간 운영을 맡는다. 도로공사는 이 사업을 계기로 단순 기술용역을 넘어 투자와 운영까지 해외사업 영역을 넓혔다.

튀르키예서 3591억원 연속 수주…유럽 진출 거점 확보

최근 성과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곳은 튀르키예다. 도로공사는 2024년 10월 1606억 원 규모의 나카스~바삭세히르 고속도로 투자·운영유지관리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1985억 원 규모의 크날르~말카라~차나칼레 고속도로 운영·유지관리 계약을 체결했다.

두 사업을 합치면 3591억 원 규모다. 총사업비 2조 1000억 원 규모의 나카스~바삭세히르 고속도로(31.3㎞·4~8차로) 사업에서 도로공사와 삼성물산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건설 투자에 참여하고 완공 후 15년 6개월간 운영·유지관리를 맡는다.

도로공사는 이 사업을 수행하며 쌓은 발주처와의 신뢰가 후속 수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크날르~말카라 고속도로(106㎞) 운영·유지관리와 말카라~차나칼레 고속도로(89㎞) 대수선 사업까지 연이어 확보하며 K-고속도로의 유럽 진출 거점을 마련했다.

튀르키예 크날르~말카라 현장.(한국도로공사 제공)
中·日 제치고 필리핀 첫 감리 수주…해상교량 기술력이 승부수

지난해 8월 수주한 430억 원 규모의 필리핀 라구나 호수변 도로망 건설 시공감리 사업은 도로공사의 첫 필리핀 시공감리 사업이다.

수주 과정에서는 중국·일본·호주 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이 앞섰고 일본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를 통한 현지 사업 수행 실적이 많았다.

도로공사가 승부수로 내세운 것은 해상교량 기술력이었다. 인천대교와 서해대교 등 초장대 해상교량 시공 경험과 방글라데시 파드마대교(6.2㎞·4차로) 시공감리 실적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앞세워 수주에 성공했다.

이번 수주는 향후 발주가 예정된 파나이-귀마라스-네그로스 해상교량(33㎞·총사업비 4조 7000억 원 규모) 등 필리핀 도로 인프라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국도로공사 본사 전경.ⓒ 뉴스1 정우용 기자
한국형 하이패스 첫 수출…말레이시아 2286㎞에 적용

올해 1월 수주한 48억 원 규모의 말레이시아 다차로 무정차톨링 구축 컨설팅 사업은 한국형 하이패스의 첫 해외 수출 사례다. 도로공사는 말레이시아 전국 유료도로 2286㎞에 다차로 무정차톨링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다차로 하이패스 정책과 기술 노하우를 제공한다.

당초 말레이시아 14개 고속도로 운영사(33개 노선)는 통행료 누수를 우려해 사업 추진에 소극적이었다. 도로공사는 말레이시아 정부와 운영사, 금융기관 관계자를 초청해 서울영업소와 교통관제센터 등에서 기술 시찰을 진행했다. 한국형 다차로 하이패스의 기술력과 정책 효과를 직접 보여주며 신뢰를 확보한 것이 수주로 이어졌다.

이번 사업은 향후 AI 번호판 자동인식 카메라 등 국산 하이패스 기자재 수출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로공사가 국토교통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추진한 '페루 국도 스마트 도로관리(재난·교통) 마스터플랜'은 페루 정부의 국가 법정계획으로 공식 채택됐다. 계약금액 약 8억 3000만 원 규모로, 한국의 도로관리 정책과 지능형교통체계(ITS) 기술이 상대국 국가 정책에 반영되면서 후속사업과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50여 년간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6년 상반기에만 2022억 원을 수주하며 이미 연간 역대 최대 해외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며 "앞으로도 민관 협력을 통한 적극적인 사업 발굴과 전략적 접근으로 K-도로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