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청년주택, 임기 내 첫삽 뜰까…특별법·반환·정화 '첩첩산중'
당정청, 훼손부지 활용 의지…청년·신혼부부 주택 공급 추진
서울시 "공원 본체 개발 반대"…캠프킴 등 대체부지 역제안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정부·여당이 용산공원 내 훼손 부지에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착공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 미군기지 잔여 부지 반환, 토양오염 조사·정화, 서울시·용산구 등 지자체 협의 등 최소 네 개의 관문이 남아 있어서다. 하나같이 정부 의지만으로 속도를 내기 어려운 절차인 만큼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착공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부동산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용산공원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용산공원 약 301만㎡(약 91만 평) 가운데 대부분은 공원으로 유지하면서 어린이정원·장교숙소 등 이미 건물이 들어서 녹지 기능을 잃은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구상이다.
정부의 공급 의지는 강하다. 주택 공급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뿐 아니라 청와대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은 "이 금싸라기 땅(용산공원)을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용산공원 주택 공급 유형은) 청년주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미 건물이 들어서거나 녹지 기능이 훼손된 곳을 제한적으로 활용하면 공원 보존과 주택 공급을 병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해당 부지 역시 특별법에 따라 공원으로 조성해야 할 본체 부지라는 입장이다. 애초 특별법의 취지는 현재 남아 있는 녹지만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군부대가 사용하던 부지를 공원으로 복원하는 데 있는 만큼 현재 훼손 여부를 기준으로 주택 공급지를 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특별법 개정이 첫 번째 관문으로 꼽힌다. 여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법 개정 자체의 문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지만, 여야는 이날 예정했던 특별법 처리를 국토부와 서울시의 협의 상황을 지켜본 뒤 진행하기로 했다.
두 번째 관문인 미군기지 잔여 부지 반환은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정부가 일정을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세 번째는 토양오염 조사와 정화다. 용산 일대 미군 반환부지 개발이 얼마나 장기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캠프킴이다. 캠프킴은 2020년 12월 반환됐지만 토양오염 정화와 문화재 조사 등의 절차로 아직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용산공원 역시 실제 주택 공급 대상지가 정해지면 오염 조사와 정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화 비용과 분담 주체도 풀어야 할 문제다. 국토부는 관련 비용에 대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개발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오염토가 나오면 정화 작업 때문에 사업 일정이 밀릴 수 있다"며 "공급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 공급 확대라는 정책 효과 자체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네 번째 관문은 지자체 협의다. 서울시장의 동의가 법적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정비구역 지정과 종합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서울시 협의와 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서울시의 반대가 이어질 경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서울시와의 갈등은 이미 현실화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만나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논의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다.
김 장관은 훼손된 일부 부지를 정화한 뒤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제한적으로 공급하면 공원 보존과 주택 공급이 양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오 시장은 용산공원 본체는 제한된 면적이라도 주거 용도로 활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대신 오 시장은 캠프킴·경리단·외교부 주차장 등 용산공원 인근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자고 역제안했다. 용산공원 본체를 보존하는 대신 주변 국유지에 주택을 공급한다면 교통 대책과 상하수도 등 도시기반시설 구축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다음 주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용산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부딪히는 것은 용산공원만이 아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규모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국토부는 1만 가구를 요구하는 반면 서울시는 최대 8000가구를 절충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이 부지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1만가구 공급이 추진됐지만 서울시와의 협의 등을 거쳐 6000가구로 축소된 바 있다. 현재 다시 공급 확대가 추진되면서 주택 물량과 업무·상업 기능의 비중을 놓고 양측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 개발 대신 청년이 즉각 체감할 수 있는 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년 주택담보대출 한도 상향과 비아파트 전용 보금자리론의 아파트 확대 등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수년이 걸릴 공급 대책보다 당장 청년의 주거 사다리를 복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임기 내 수도권 150만 가구 착공을 목표로 공급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법 개정부터 부지 반환, 토양오염 정화, 지자체 협의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용산공원은 정부가 강조하는 '속도전'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구체적인 공급 대상 부지와 물량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공급 우선순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용산공원 공급 논쟁이 정치적 갈등으로 번져 오히려 공급이 늦어질 수 있다"며 "대체 부지 발굴이나 기존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빠르게 병행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