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시장, '직주 근접'과 '대출 장벽'이 판도 바꿨다[박원갑의 집과 삶]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주거지 가치를 결정하는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학군, 단지 규모, 조망권 등이 시세를 지배하는 핵심 척도였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시장 지형도를 바꾼 거대한 축은 단연 '직주 근접'이다. 통근길의 시간적 여유와 일상의 삶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실리적 선택이다. 이들 '타임 푸어'(Time Poor) 세대의 선택이 수도권 집값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공개한 6월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를 보면 올 상반기 경기도 아파트 시장의 주된 흐름은 '남고북저'(南高北低)다. 대형 업무지구가 몰려 있거나 강남 접근성이 우수한 경기 남부 핵심지역이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용인시 수지구(12.6%), 광명시(12.0%), 성남시 중원구(11.8%), 하남시(11.4%), 안양시 동안구(10.3%), 화성시(7.5%), 수원시 영통구(6.4%)가 대표적이다.
반면 베드타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경기 북부는 맥을 못 췄다. 파주시(-1.1%), 고양시(-0.7%), 포천·동두천시(-0.3%) 등은 하락했다. 김포시(0.0%)나 양주시(0.1%) 역시 보합세에 머물렀다. 경기 남부라도 업무지구와 멀리 떨어진 여주시(-2.8%), 안성시(-0.9%), 시흥시(-0.4%)는 약세였다.
직주근접이 단순한 행정구역 경계를 뛰어넘어 주택시장의 차별화를 유발하는 핵심 잣대가 된 셈이다. 한동안 급등세를 주도했던 과천시는 하락세(-2.9%)를 보였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고가 주택에 집중된 핀셋 규제의 직접적 여파로 분석된다.
인천은 송도 국제업무지구가 속한 연수구가 부평구와 함께 상반기 1.3% 올랐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은 약세였다. 같은 인천 안에서도 일자리 접근성과 정주 여건에 따른 지역별 탈동조화 현상이 극심했다.
서울은 경기도와 달리 '북고남저'(北高南低)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간 상승장을 주도하던 상급지의 고가 단지들은 주춤했다. 상반기 강남구(-3.2%), 서초구(-1.3%)는 대출 한도 규제와 세금 부담이라는 이중벽에 막혀 오히려 하락했다. 용산구(0.6%)도 제자리걸음을 했다.
반면 광화문, 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구 접근성이 좋고 실수요 접근이 쉬운 중저가 주택 밀집 지역이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상반기 25개 구 중 상승률 1위(동대문구 11.4%), 2위(성북구 10.9%)는 모두 강북지역이었다. 서대문구(9.4%)가 영등포구와 함께 3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차별화 장세의 중심에는 주택시장의 주요 구매층으로 자리 잡은 30대 실수요층이 있다. 맞벌이가 많은 이들은 출퇴근에 소모되는 시공간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장과의 거리'를 주거 선택의 최우선 가치로 둔다. 여기에 중저가 아파트는 고가주택보다 대출 문턱이 낮고 자금 조달 및 보유세 부담이 적다는 실리적 이점도 매수세를 자극했다. 정부의 세금 개편 소식과 강화된 대출 규제 속에서 집을 사려는 이들이 실속을 따져 발 빠르게 움직인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가 초고가 주택 규제에 중점을 둔 세법 개정안과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 분절화 흐름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상반기 흐름은 하반기 시장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다. 부동산 시장에는 한번 형성된 가격 기준과 거래 패턴이 유지되려는 관성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단순한 양극화를 넘어 일자리와 정주 여건을 갖춘 거점 중심의 다극화 양상을 띨 것이다. 초고가 '똘똘한 한 채'의 일방적 독주 대신 직주근접과 가성비가 균형을 이룬 알짜 중가 주택이 시장 재편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 한쪽에 쏠리기보다 중심추를 잡고 부동산시장을 균형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나와 강원대에서 부동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KDI 경제전문가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인의 부동산심리', '부동산미래쇼크','박원갑 박사의 부동산트렌드수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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