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은 좋은데 이 길에 1000가구?"…염창공원 주민들의 걱정
왕복 2차선 도로에 교통난 우려…"버스 한 대 지나가도 비좁아"
"도로·편의시설 확충하면 개발 찬성"…사전 의견수렴 부재엔 불만
-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8·13 주택 공급대책에서 서울 내 유일한 신규택지로 선정된 염창공원 일대에서 1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공급을 둘러싼 주민 반발의 핵심은 개발 자체보다 교통·생활 인프라에 쏠리고 있다. 일대 도로 대부분이 왕복 2차선에 불과해 별도의 기반시설 확충 없이 대규모 주택이 들어서면 교통난과 생활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현장에서는 공공개발 자체에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대상지가 자연녹지지역으로 민간 개발이 쉽지 않은 만큼 장기간 방치하기보다 개발하되, 도로 확충과 주민 편의시설 설치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 의견 수렴 없이 공급 계획이 발표된 데 대한 불만도 여전했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강서구 염창공원 일대 5만 1000㎡(약 1만 5000평) 부지에 1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지구를 조성할 예정이다.
전날(19일) 염창동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규모 공공주택이 들어서는 만큼 교통 등 기반시설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50대 주민 A 씨는 "오랜 기간 방치된 땅이라서 언젠가는 개발되겠다는 생각은 있었다"면서도 "조용한 동네에 느닷없이 신규 택지라고 하니 놀랐다"고 말했다.
염창동의 한 공인중개사 B 씨는 "일대 도로 대부분이 왕복 2차선으로 좁아서 버스 한 대만 지나가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멈춰야 할 정도"라며 "아무런 조치 없이 대단지가 들어오면 교통 사정이 악화할 게 뻔한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공원 인근 도로는 편도 1차선으로 승용차 2대가 마주치면 겨우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협소했다. 주민들은 차가 십여 대만 몰려도 차량 흐름이 꽉 막힌다고 전했다.
민원도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19일 기준 강서구청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는 50건이 넘는 염창공원 주택 공급 계획 반대 의견이 게시됐다.
대다수 민원은 교통대책과 함께 높은 임대주택 비율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주민 박 모 씨는 "대체 왜 또 강서구인지 답답한 마음"이라며 "강서구에는 가양·등촌·마곡 등에 임대주택이 정말 많은데 필요하다면 서울 25개 자치구가 골고루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교통 문제와 함께 대규모 공공주택이 들어설 경우 기존 생활 인프라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마이홈포털에 따르면 19일 기준 강서구 임대주택 단지는 609개로 서울 자치구 중 강동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다만 정부는 청년 등 무주택 서민이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공개했을 뿐 구체적인 임대주택 비율은 발표하지 않았다.
모든 주민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토지가 자연녹지지역으로 개발이 쉽지 않은 만큼 빈 땅으로 내버려두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개발하는 편이 낫다고 봤다.
10년 넘게 염창동에 산 주민 C 씨는 "염창공원을 남기고 주민을 위한 공원으로 정비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민간 땅에서 그게 쉽겠느냐"며 "도로 개선과 주민 이용 시설 설치 등을 조건으로 개발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염창공원 일대 주택 착공 목표를 2029년으로 제시한 가운데 주민 의견 수렴과 교통·생활 인프라 대책 마련이 향후 사업 추진 과정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아직 염창동 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나 설명회 등 예정된 행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지난 13일 정부 발표 직후 "이제 첫걸음을 뗀 만큼 주민 여러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챙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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