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값 오르는데 청년 왜 망설이나…개발 호재 없으면 팔기도 어렵다
1~7월 서울 빌라값 1.96%↑…정비사업 기대지역엔 매수세
4억 이하 청년보금자리론 추진…일반 빌라는 거래·환금성 부담
-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서울 빌라(연립·다세대주택) 가격이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모든 빌라가 함께 오르는 것은 아니다. 재개발·신속통합기획·모아타운 등 정비사업 기대지역에는 매수세가 붙는 반면 개발 호재가 없는 일반 빌라는 가격과 거래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이다.
정부가 4억원 이하 빌라·오피스텔 등을 대상으로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추진하면서 이 같은 격차도 주목받고 있다.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취지지만 개발 기대가 없는 일반 빌라는 향후 가격 상승과 매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커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1~7월 1.96% 상승해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0.83%)의 2배를 웃돌았다.
서울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도 지난 7월 3억 5813만 원을 기록해 2022년 11월 관련 통계 개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평균 가격만 보면 전세사기 이후 위축됐던 빌라시장이 회복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서울 안에서도 개발 호재 여부에 따라 가격과 거래 흐름에는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재개발 후보지로 거론되거나 신통기획·모아타운 대상지에 포함된 빌라는 주택 자체의 가치에 향후 정비사업에 따른 가치 상승 기대가 더해진다. 정비계획이 구체화될수록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 수요가 유입되면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모아타운으로 지정된 서울 용산구 원효로4가 71번지 일대에 위치한 한 빌라 전용면적 29.7㎡는 올해 2월 6억 800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은 지난 4월 7억 5000만 원에 손바뀜해 두 달 만에 7000만 원 올랐다.
반면 인근이라도 뚜렷한 개발 이슈가 없는 일반 빌라는 거래가 뜸한 모습이다. 원효로4가 인근 한 빌라는 최근 실거래가 지난해 또는 수년 전 거래에 그쳐 최근 가격 흐름을 비교하기조차 어려웠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서울 빌라 가격 상승을 비아파트 시장 전체의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재개발이나 모아타운 등 정비사업 기대지역은 향후 개발가치가 가격에 반영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일반 빌라는 실수요가 중심이어서 가격과 거래 회복 속도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빌라는 아파트보다 거래 빈도가 낮고 개별 주택별 가격 편차도 커 매도하려는 시점에 원하는 가격으로 거래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개발 기대 여부에 따라 가격뿐 아니라 환금성에서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가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위해 금융 지원을 확대하려는 대상이 주로 일반 비아파트라는 점이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1인 가구와 사회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4억 원 이하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구입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최대 3억 원 한도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80%까지 대출을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아파트 구입 여력이 부족한 청년에게 내 집 마련의 선택지를 넓혀주겠다는 취지다. 월세 대신 자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금융 문턱을 낮추고 향후 더 나은 주거로 이동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첫 주택의 가격이 충분히 오르지 않거나 필요할 때 팔기 어렵다면 다음 주택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높은 LTV를 활용할수록 매입 이후 가격 하락이나 매도 지연에 따른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전세사기 이후 비아파트에 대한 수요자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이 단순히 '살 수 있게 해주는 대출'을 넘어 실제 주거 이동의 사다리로 작동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청년의 주택 구매 선택지를 넓힌다는 취지는 의미가 있지만 대출 문턱을 낮추는 것만으로 주거 사다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첫 주택을 처분하고 다음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매입 단계뿐 아니라 향후 가격 형성과 환금성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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