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파트 늘린다는데…세제는 실거주 유도, 전세난 해법 '엇박자'

규제 풀어 위축된 공급 생태계 회복…장기 민간임대 지원 확대
신규 공급까지 시차 불가피…임대물량 감소 땐 정책 효과 반감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자료사진)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2030년까지 수도권 다세대·다가구 등 일반주택 13만 가구의 착공을 지원하며 전월세 공급 확대에 나선다. 다가구주택을 4층까지 허용하고 금융 지원과 장기 민간임대 활성화를 통해 위축된 비아파트 공급을 되살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서울 전세 매물이 2년 새 23% 줄어든 상황에서 세제는 비거주 주택 보유자의 실거주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한쪽에서는 새 임대주택을 늘리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기존 전세 물량이 줄어들 수 있는 구조여서 전월세난 해소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만 가구 착공 지원…다가구 4층·대출 9000만원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 2030년까지 수도권 일반주택 13만 가구의 착공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이후 위축된 비아파트 공급을 회복하기 위해 건축·금융 규제를 함께 푼다. 다가구주택 층수 제한은 기존 3개 층에서 4개 층으로 완화하고, 다세대·다가구주택의 건축면적 상한도 660㎡에서 1000㎡ 미만으로 확대한다. 일조 관련 규제도 완화한다.

건설자금 지원도 늘린다. 다세대·다가구 건설자금 대출한도는 7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높이고 금리는 3.5%에서 3.2%로 낮춘다. 기존 시설의 주거 용도 전환을 촉진하고 장기 민간임대사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아파트보다 사업 기간이 짧은 비아파트와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전월세시장의 부족한 물량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채우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전세매물 2년 새 23%↓…세제는 실거주 유

변수는 세제개편이다. 정부는 주택을 보유하면서 직접 거주하지 않는 집주인보다 실거주 1주택자에게 세제상 혜택을 더 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1주택자는 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과 세제 혜택에 차이를 두는 방안이 추진된다. 종합부동산세 공제도 2028년부터 5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를 중심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면 임대를 유지하기보다 직접 거주하는 쪽을 선택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줄어들 경우 임대주택을 계속 보유할 유인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기존 전세 물량은 이미 감소세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2만 843건으로 1년 전 2만 3458건보다 11.1%, 2년 전 2만 7069건보다 23% 줄었다.

신규 공급이 늘더라도 기존 전세 물량이 빠르게 줄어들면 전월세 수급 개선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신규 공급 효과까지 시차…기존 매물 감소도 변수"

전문가들은 비아파트와 장기 민간임대 공급을 늘릴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전월세시장 안정 효과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비아파트와 장기 민간임대주택을 활성화하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세제개편으로 실거주 전환이 늘면서 기존 임대 매물이 줄어들고 있어 임차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것은 부족한 임대 물량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현재처럼 기존 임대주택이 시장에서 빠지는 상황에서는 비아파트 공급만으로 전체 임대차시장 수급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아파트가 아파트 전세 수요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김 소장은 "아파트 전세를 선호하는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비아파트 물량이 늘어난다고 기존 아파트 임대차시장까지 바로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비아파트와 장기 민간임대주택 공급이 계획대로 본격화되면 임대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다만 현재는 수급 균형이 이미 깨져 있는 만큼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