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있는데 현금은 없다…세제개편 '사각지대' 된 고령 은퇴자
공시가 35억 1주택 종부세 2600만원대로 증가
건보료까지 이중 부담…매물보다 증여 가능성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고가주택 보유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하면서 고가 주택을 보유한 은퇴 고령층의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똘똘한 한 채' 쏠림을 완화하고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지만, 고정소득이 없는 고령층은 보유세는 물론 건강보험료 등까지 함께 늘어날 수 있어 이번 세제개편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 기준에서 주택 가액 기준으로 개편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주택자는 현행 60%에서 70%로, 다주택자는 60%에서 80%로 각각 인상하기로 했다.
정부는 고가주택 보유 부담을 높여 강남권 등 핵심 지역으로 쏠리는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완화하고,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공시가격 35억 원인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는 재산세 중복분과 농어촌특별세를 제외하면 현행 1194만 원에서 2160만 원으로 늘어난다. 공정시장가액비율 70%를 적용하면 세 부담은 약 2620만 원 수준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는 고가 주택을 보유한 고령층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강남 3구 집합건물 소유자 80만 6613명 가운데 60세 이상은 38만 6224명으로 전체의 47.9%를 차지한다.
상당수가 은퇴자나 연금 생활자인 만큼 고정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면 거주지를 옮기거나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세 부담이 종부세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은 다른 행정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재산세 과세표준은 건강보험료 산정과 기초연금 수급 자격 심사 등에 활용되는 만큼 과세표준이 높아질 경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상실이나 건강보험료 증가 등 추가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소득이 부족한 고령층은 집을 처분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거나 주택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까지 함께 늘어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세 부담이 커진다고 해서 고가 주택이 시장에 대거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세를 놓고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거나, 매각 대신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매도 의사가 있는 사람은 팔겠지만 거래세 부담이 여전히 높은 만큼 시장에 매물이 대거 쏟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오히려 증여를 통해 세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업계에서는 이번 세제개편이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은 높일 수 있지만, 고령층의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가 기대하는 매물 출회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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