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융' 전세 줄이고 역세권 공공임대 늘리고…李정부 임대시장 재편

李대통령 "과도한 전세대출이 집값 폭등·전세사기 키워"
중산층 품는 공공임대·민간 장기임대…임대 공백 해소가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7.23 ⓒ 뉴스1 허경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전세를 '일종의 사금융'으로 규정한 이재명 대통령이 전세금융은 줄이고 역세권 공공임대와 민간 장기임대는 확대하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과도한 전세대출과 보증이 집값 상승과 전세사기를 키웠다는 판단에 따라 전세금융은 단계적으로 줄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임대주택 공백은 역세권 고품질 공공임대와 전문 임대사업자가 공급하는 장기임대로 채우겠다는 구상이다.

전세 축소 이후 발생할 임대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이재명 정부 부동산·세제·금융 정책의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금융 전세, 대출·보증 축소로 집값·사기 구조 끊는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앞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를 "특이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이라고 규정하며 "전세 제도가 시장을 왜곡해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전세대출에 대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 정책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집값 폭등의 주원인이 됐다"며 "이제 조정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전세 물량과 거래 감소에 대해서는 "전세는 사라져가는 추세"라며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전세시장 축소를 시장 정상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그는 "전세를 쉽게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은 필요했지만, 너무 과한 전세대출이 집값 폭등의 한 원인이 됐다"며 "급기야 집값의 100%까지 전세를 내주고 보증·대출을 거의 무제한으로 해줘 전세사기를 키웠다"고 말했다.

집값에 맞먹는 전세보증금과 대출을 활용한 과도한 레버리지가 전세사기를 키웠다는 게 대통령의 인식이다.

정부는 실제로 규제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낮추고, 수도권·규제지역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2억 원 수준으로 관리하는 등 '대출 조이기' 카드를 꺼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신규 전세대출 보증을 차단하고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까지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되면서 갭투자성 전세 레버리지에 대한 규제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대출과 보증은 앞으로 청년·신혼부부·무주택자 등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서울 노원구 중계 주공1단지의 모습. 2025.9.7 ⓒ 뉴스1 장수영 기자
"공공임대는 좋은 역세권에"…토지임대부·장기공공임대 확대 요구

공공임대제도에 대한 인식과 계획은 이와 대칭을 이룬다.

대통령은 기존 공공임대가 도심 변두리에 작은 평수로 집중 공급되면서 사실상 저소득층 전용 주택으로 낙인찍혔다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와 이번 토론회에서 그는 "공공주택 임대를 역세권 좋은 곳에 공급해야 한다", "너무 작은 평수가 아닌 적정한 평수로 지어 중산층도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공임대를 소형 위주의 외곽 공급에서 벗어나 국민주택 규모의 고품질 장기임대로 전환하고, 공공분양과 함께 '주거 사다리'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집값 안정과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토지와 건물을 분리하고 토지 이익을 공공이 일부 환수하는 모델을 병행해야 한다며 장기공공임대와 토지임대부 주택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역세권 공공임대를 늘리면서 장기임대와 토지임대부 공공분양을 함께 공급해 '저렴하지만 투기 위험은 낮은' 중간지대 주택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정책 설계의 관건으로 떠오른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2026.7.23 ⓒ 뉴스1 이종수 기자
공공과 다주택 사이, 민간 장기임대 '중간시장' 설계가 숙제

진미윤 명지대학교 교수는 "공공임대 입주 자격이 너무 엄격해 공백이 크다"며 "사적 다주택 임대와 공공임대 사이에 신축 장기임대를 운영할 전문 임대인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이재명 정부 5년 동안 민간 임대가 몇 가구, 어느 지역에, 어떤 유형으로 공급될지 계획이 없다"며 "민간 장기임대 사업자와 공급자 금융을 제도화하지 않으면 임대료 상승과 매매 전환을 막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공공임대 역세권 확대와 민간 장기임대 육성은 전세 축소 이후 임대차 시장을 떠받칠 두 축이다. 그러나 공급자 금융과 세제, 임대료 규율을 어떻게 설계할지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권을 요청하는 참석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6.7.23 ⓒ 뉴스1 허경 기자
'거주용' 기준 세제·금융 재편, 임대차 시장을 생활 인프라로

대통령은 "주택시장의 목표는 억지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 수요와 공급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실거주라는 표현을 "거주용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전세·임대차 정책의 기준을 단순한 '투자 목적 여부'가 아니라 거주용과 비거주용으로 구분하고, 거주용 1주택자와 청년·신혼부부·무주택자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을 강화해 주거를 자산이 아닌 생활 인프라로 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거주용 1주택과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지원은 강화하되, 초고가·비거주·다주택 수요에는 세제와 금융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 축소에 따른 임대 물량 공백을 공공임대와 민간 장기임대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메우느냐가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