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반도체 프로젝트…웃는 건설사는 따로 있다
삼성·SK 계열 물량 확보 기업 수혜 기대…산업설비 계약 159%↑
롯데·포스코 등은 인프라 사업 주목…중장기 수주 경쟁 본격화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정부가 추진하는 800조 원 규모의 서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침체된 건설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계열사 중심 발주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실제 수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그룹 물량을 확보한 '캡티브'(계열사 내부시장) 보유 건설사에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캡티브가 없는 대형 건설사들은 산업단지와 도로·철도 등 인프라 사업에서 새로운 수주 기회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은 74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60조1000억 원) 대비 23.4% 증가했다.
민간부문이 반도체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49조 원(35.6%)을 기록하며 공공부문 증가폭(5%)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산업설비 계약액은 전년 대비 159% 급증한 11조 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와 AI 인프라 투자가 건설경기를 견인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건설업계의 기대를 더욱 키우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3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서남권을 수도권에 이은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각각 400조 원씩 총 800조 원을 투자해 서남권에 메모리 팹 4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생산시설뿐 아니라 산업단지와 전력 인프라, 데이터센터, 배후도시 개발 등 연쇄적인 건설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 규모가 현재 발표된 수치로만 1400조 원이 넘는 초대형 사업으로 산업단지 조성, 생산시설 건설, 전력 인프라 구축, 데이터센터, 배후도시 건설 등에서 건설사의 사업기회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메가프로젝트가 본격화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건설업계는 이번 사업을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극도의 청정도를 요구하는 클린룸 설비 등 고난도 기술과 시공 경험이 필요한 분야여서 진입장벽이 높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특성상 그룹사 물량을 수행해 온 캡티브 건설사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SK에코플랜트(003340)는 올해 1분기 매출 4조 8997억 원, 영업이익 9314억 원을 기록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냈다. 전년 대비 매출은 99%, 영업이익은 1262% 급증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청주 M15X 팹, 울산 AI 데이터센터 등 대형 프로젝트 매출이 본격 반영된 결과다.
삼성E&A(028050)도 대형 화공 플랜트와 국내 첨단산업 플랜트 매출 반영에 힘입어 1분기 영업이익 188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9.6% 늘어난 수준이다. 수주잔고는 20조 6000억 원으로 약 2.3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평택 반도체 라인 등 대형 팹 물량을 소화하며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룹 내 반도체 계열사가 없는 대형 건설사들도 최근 실적은 개선됐다.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각각 1분기 영업이익 504억 원, 533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건설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1226% 급증했고, 포스코이앤씨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 건설사 모두 신규 수주액은 감소했다. 주택사업 수익성은 회복됐지만 반도체 등 첨단산업 설비 수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중장기 일감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는 전반적인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메가프로젝트가 모든 건설사에 같은 기회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캡티브를 확보한 건설사는 반도체 생산시설 수주를, 그렇지 않은 건설사는 산업단지와 도로·철도 등 인프라 사업이나 배후도시 개발에서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백조 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물량은 기술 장벽과 그룹사 생태계 때문에 사실상 진입이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일반 플랜트나 데이터센터 입찰은 경쟁이 치열해 낙찰돼도 마진이 낮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메가프로젝트가 건설시장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캡티브를 보유한 건설사와 그렇지 않은 건설사의 수주 경쟁력과 실적 격차를 더욱 벌리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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