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만 지어선 안 된다…메가프로젝트 성패 가를 '정주여건'
새만금도 인력 확보 한계…주거·교육 인프라 부족 '발목'
기업형 첨단도시로 정착 유도…교통망·인허가 개선도 병행
- 이동희 기자,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서남권 800조 원 등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개발 전문가들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첨단산업 투자 못지않게 정주여건 조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첨단 생산시설을 구축하더라도 핵심 인재들이 정착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인프라로 '기업형 첨단도시 조성방안'을 마련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개발업계는 대규모 투자 유치 성과를 거두고도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대표적 사례로 새만금을 꼽는다.
새만금은 세제 혜택과 부지 제공을 통해 다수의 첨단 기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주거와 교육, 문화, 의료 등 근로자와 가족이 정착할 수 있는 기본 도시 인프라가 미비했던 탓에 핵심 인재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했기 때문이다. 공장 중심의 생산기지만으로는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정부의 이번 프로젝트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기업의 생산시설 공급과 함께 주거, 문화, 교육, 의료 기능이 결합한 자족형 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역과 산업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임대주택 등 주거시설을 선제적으로 공급한다. 또 지역 거점 국립대 등과 연계해 현장 인력을 양성하고 연구혁신 기반을 확충할 방침이다. 주거와 교육 인프라를 동시에 갖춰 첨단 기업들이 겪는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주여건 마련과 함께 개발 방식도 개편된다. 기존 산단 개발은 공공이 먼저 조성한 뒤 분양하는 공급자 중심 방식이어서 기업이 적기에 입주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 대책은 기업 수요를 전제로 입지와 도시계획 규제를 최소화하고, 기업이 희망할 경우 사업 시행과 개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초기 자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초저리 장기 임대가 가능한 공공지원 임대전용산단 지정도 검토된다.
투자 타이밍을 확보하기 위한 공급 속도 혁신도 추진된다. 통상 산단 기획부터 공장 가동까지는 인허가와 보상 절차 등으로 10년 이상 걸렸다. 정부는 인허가와 보상, 설계를 동시에 진행하는 제도 개선과 사전 컨설팅 등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산단 조성 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형 첨단도시가 전국의 균형발전 축으로 기능하기 위한 마지막 요소는 고속 교통 인프라다. 정착지와 일터가 외부와 연결되지 못하면 정주여건의 효과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주지에서 직장까지 30분 이내, 공항·항만 등 주요 물류거점까지는 1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교통망 구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도로와 철도 등 국가 기간교통망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산단 진입도로 건설 등 연계 교통체계 개선과 대중교통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메가프로젝트의 안착을 위해 단순한 부지 제공을 넘어 교육과 문화, 일자리가 결합한 복합적인 정주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는 "과거 지방 분산 정책이 한계를 보인 것은 주거 자체보다 교육 여건의 불일치 때문"이라며 "고급 인재를 지역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수도권을 떠날 수 있을 만한 교육 환경과 사회서비스가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정렬 영산대 교수는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이 공급된다면 젊은 층 유입이 빨라질 것"이라며 "공공 주도 방식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선호도가 높은 민간 브랜드 주택도 적극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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