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잠그는 '등록임대' 겨눈 정부…집값 잡고 전세난 키우나

양도세 중과 배제 축소 검토…시장 잠긴 매물 출회 유도
집값 안정 기대 vs 전세 공급 감소 우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자료사진)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등록임대주택 세제 혜택 손질에 나섰다. 시장에 묶인 등록임대 물량을 매매시장으로 유도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이지만, 전세 공급 감소로 임대차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임광현 국세청장은 최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임대기간 종료 후에도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 혜택이 계속돼 매물잠김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청장이 제시한 해법은 등록임대주택에 부여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의 종료다. 세제 혜택을 축소해 보유 유인을 낮추고 시장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매입임대 등록제도는 다주택자가 주택을 등록임대주택으로 등록할 경우 양도세 중과 배제 등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도입됐지만, 일각에서는 매물 잠김과 투기 수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현재 아파트 신규 등록은 폐지된 상태다.

정부가 세제 혜택 손질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최근 서울 집값 불안이 다시 커진 점이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에 잠겨 있는 등록임대 물량을 매매시장으로 유도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관리 강화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금융당국은 임대사업자 대출 만기 연장을 금융 혜택으로 보고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등록임대사업자 관리 강화를 시도한 바 있다.

다만 임대사업자들은 전세시장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정부가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등록임대주택을 일반 주택과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공급되고 있는 등록임대주택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은 사실상 수만 가구 규모의 공공임대 공급을 없애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등록임대 매물 출회 효과는…집값 안정 vs 전세난 우려

일각에서는 실제 매물이 풀릴 경우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과거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는 약 2만 건 안팎의 매물이 새로 나오면서 시장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다.

현재 등록 말소된 개인 등록임대 아파트 가운데 약 2만5000가구가 보유 상태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과거 양도세 중과 당시 시장에 증가한 매물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해당 물량이 실제 시장에 출회될 경우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과거 양도세 중과 조치로 시장에 늘어난 매물이 2만 개 중반 수준이었다"며 "현재 등록임대사업자가 보유한 물량 규모와 비슷한 만큼 실제 매물이 출회된다면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세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등록임대사업자 물량 축소를 유도하는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35% 상승했다. 이는 2013년 10월 셋째 주 이후 13년 만의 최고 상승폭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4.79%로 지난해 같은 기간(0.88%)의 5배를 웃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사업자 물량은 임대차 시장에서는 선호도가 높지만 매매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선호가 낮은 주택일 수 있다"며 "매매시장 안정 효과보다 전월세 시장 불안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사업자 퇴출이 확대될 경우 임대차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며 "민간 임대주택 공급 축을 약화시키는 정책인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