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보다 폐업 많은 시행사…주택 공급 최전선 흔들린다

1~5월 시행사 폐업 신 614건…전년 대비 6.5배 수준
PF 부실·자기자본 규제에 생존 위기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2026.6.8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공급 최전선에 있는 디벨로퍼(시행사)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올해 들어 폐업 신고 건수가 신규 등록의 두 배에 육박하면서 공급 기반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공사비 급등, 강화된 건전성 규제가 겹치면서 시행사들의 생존 환경이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 확대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공급 주체가 줄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24일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개발업 등록 현황'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디벨로퍼 폐업 신고 건수는 614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94건) 대비 6.5배 증가한 수준으로, 2017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다.

반면 같은 기간 신규 등록은 348건에 그쳤다. 폐업 신고 건수가 신규 등록의 1.8배에 달한 셈이다. 등록 취소 74건까지 포함하면 시장 이탈 규모는 더욱 커진다.

폐업 증가와 신규 등록 감소가 이어지면서 실제 등록 디벨로퍼 수도 줄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등록 디벨로퍼는 2234곳으로, 2024년 5월(2576곳)보다 342곳 감소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는 신규 등록이 폐업을 웃도는 흐름이 이어졌다. 2022년 연간 폐업 신고는 239건, 신규 등록은 404건이었다.

하지만 업계는 2023년 이후 건설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 PF 시장 위축이 겹치면서 폐업 규모가 신규 등록을 웃돌기 시작했고, 시행사 수도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유가·환율 등 대외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 부동산 시장 수요도 서울 아파트 등 일부 지역과 상품에 집중된 결과"라고 말했다.

심형석 미국 IAU 대학 교수 겸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주택공급 부족은 계속되는 가운데 공급 주체는 줄어드는 모습"이라며 "특히 서울과 달리 공사비 상승분을 사업성에 반영하기 어려운 지방 사업장은 부담이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업황 부진은 매출 감소로도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매출은 107조 1000억 원으로, 전년(118조 8000억 원) 대비 9.8% 감소했다.

업계는 시행사 감소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가 PF 시장 안정화를 위해 디벨로퍼의 자기자본 비율을 단계적으로 상향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027년 5%, 2028년 10%, 2029년 15%, 2030년 20%까지 상향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은 약 3% 수준이다.

업계는 PF 시장 정상화를 위한 규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자기자본 비율 상향이 중소 시행사의 시장 진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기자본 비율 상향은 시행사 진입문턱을 더욱 높이는 꼴"이라며 "좁아진 문을 더 좁히면서 대형 디벨로퍼에게만 자금이 흐르는 시행사 간 양극화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