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계약해지 문턱 높아지나…수분양자·시행업계 충돌

시행령 개정안 재입법예고…해지 요건 제한
수분양자 "권리 축소"·업계 "사업 안정성 필요"

법제처에 등록된 반대 의견.(국민참여입법센터 갈무리)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비아파트 분양계약 해지 사유를 제한하는 법 개정에 나섰다. 수분양자들은 소비자 보호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며 반발하는 반면, 시행업계는 사업 안정성과 불필요한 소송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수분양자가 분양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요건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는 데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분양사업자가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 수분양자가 이를 근거로 분양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같은 규정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논란이 커졌다. 당시 대법원은 대구 남구의 한 오피스텔 분양 광고에서 '지구단위계획 구역 및 수립 여부'가 누락돼 시정명령을 받은 사안을 두고, 계약서에 시정명령을 계약 해제 사유로 명시한 이상 계약 해제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시정명령의 경중보다 계약서와 법률이 정한 해제 요건 충족 여부가 계약 해제권 판단 기준이라고 봤다.

이 판결 이후 단순 기재 누락이나 오기 등 경미한 위반도 계약 해지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는 해석이 확산됐다. 정부는 경미한 위반까지 계약 해지 사유로 인정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보고 제도 정비에 나섰다. 개정안은 분양광고와 분양신고 내용이 다른 경우 등 중대한 위반에 한해서만 계약 해지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요건을 손질했다.

개정안은 이중분양의 경우 또는 분양사업자가 시정명령을 받았더라도 분양광고 내용이 수리된 분양신고 내용과 다른 경우에 한해 계약 해지가 가능하도록 요건을 제한했다.

다만 수분양자들은 개정안이 소비자의 계약 해지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해지 사유를 제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줄이고 분양사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됐다는 주장이다.

한 청원인은 "소비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마저 없애려는 법 개정"이라며 "분양사업자의 책임은 줄고 소비자의 권리만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시행업계는 계약 해지 사유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단순한 오기나 경미한 행정상 하자까지 계약 해지 사유로 인정될 경우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경미한 행정상 문제만으로도 계약이 대거 해지되면 사업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며 "계약 해지 사유를 명확히 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계약 해지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법은 굿모닝시티 사건 등 수분양자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기획소송 등 계약 해지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당초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계약 해지 사유를 명확히 규정하면 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사유를 규정하면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시행령에 규정되지 않은 사유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계약 해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법원이 달리 판단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