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열풍 속 찬밥 신세 '리모델링'…같은 동네 가격 차이도 10억

인허가·공사비·사업성 삼중고…조합들 잇단 재건축 선회
청담아이파크 30억·청담자이 44억…준공 후 가치 격차도 뚜렷

서울 강남구 현대건설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사업 홍보관에 단지 모형이 놓여 있다. 2026.5.11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재건축 규제 완화로 사업성이 개선되면서 한때 재건축의 대안으로 꼽혔던 리모델링 사업이 위축되고 있다. 일부 조합은 사업을 중단하거나 재건축으로 선회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낮은 일반분양 물량, 준공 후 자산가치 격차까지 겹치며 리모델링 사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리모델링, 정비사업 드라이브에 '역차별'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성동구청은 '응봉대림1차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에 대한 조합설립인가 취소를 고시했다.

지난 2007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해 온 조합은 사업성 악화와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로 장기간 표류했다. 주민들은 2022년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출범하고 재건축으로 선회했다.

과거 리모델링 사업은 빠른 사업 속도를 앞세워 재건축을 대신할 정비사업 모델로 주목받았다. 높은 안전진단 기준과 용적률 제한으로 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단지들은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사업성 개선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2030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사업성 보정계수 적용, 현황 용적률 인정 등을 적용해 재건축 사업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정부 또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과 재건축 패스트트랙 등을 통해 재건축 사업을 지원했다. 과거 사업성이 낮았던 고밀도 노후 단지들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반면 리모델링 인허가 규제는 유지되고 있다. 리모델링은 3층까지 수직 증축이 가능하지만, 두 차례의 안전성 검토와 상세한 안전진단을 필수로 통과해야 한다.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통합심의를 받을 수 있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개별 심의를 거쳐야 해 인허가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건축심의 이전 단계에서 거쳐야 하는 '사전자문 제도'도 사업 지연 요인으로 꼽힌다.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사업성 확보에도 불리하다. 재건축 대비 비교적 낮았던 리모델링 공사비 또한 최근 치솟으면서 조합원 가구당 분담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일부 리모델링 조합은 금전적·시간적 손해를 감수하며 재건축으로 선회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성원대치2단지'의 경우 수직증축 기술 규제와 내력벽 철거 문제 등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접었다. 송파구 '송파거여1단지', 용산구 '이촌 우성' 등도 리모델링 사업을 중단했다.

준공 후 가치도 '한계'…"재건축 역차별 해소해야"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 주공 5단지 전경.(성남시 제공) ⓒ 뉴스1

준공 이후 발생하는 미래 가치 차이도 리모델링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존 골조를 활용하는 리모델링 특성상 동 배치·주차장·커뮤니티·평면 설계 등에 한계가 있다.

소규모 단지가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 대단지 재건축과 비교해 조경·커뮤니티 등 상품성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차라리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리모델링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청담동 대표 리모델링 단지인 청담아이파크 전용 110㎡의 최근 거래가는 30억 원 수준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 준공된 인근 재건축 아파트 '청담자이' 전용 90㎡는 지난 4월 44억 원에 거래됐다. 청담아이파크가 면적은 더 넓지만, 가격은 10억 원 이상 낮은 셈이다.

지난 2020년대 초반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이었던 건설사들도 현재는 재건축, 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GS건설(006360)의 경우 지난 2022년 이후 리모델링 사업 신규 수주를 중단한 상태다. 일부 시공사들 또한 수익성 부족, 공사 난도를 이유로 기존 계약을 해지했다.

리모델링 업계는 재건축과의 '역차별'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본회의 통과를 앞둔 주택법 개정안에는 리모델링 조합원도 재건축처럼 신축·증축 주택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접 단지를 묶어 사업을 추진하는 통합 리모델링과 대형 주택 분할, 학교용지 부담 완화 등도 추진되고 있다.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재건축 활성화에 집중하면서 리모델링 사업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측면이 있다"며 "안전성 평가와 사전자문 제도 등을 현실에 맞게 손질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