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흔들릴 때마다 공사비 '출렁'…건설현장은 여전히 경유 의존

전기·수소 장비 대안 부상…해외선 상용화 속도
높은 장비값·충전 인프라 부족에 국내 보급은 더뎌

경기 안양시의 한 레미콘 공장에 믹서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2026.6.8 ⓒ 뉴스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건설업계의 경유 의존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 장비의 전동화·수소화가 에너지 안보 리스크를 줄이고 공사 원가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친환경 건설장비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란 전쟁 이후 글로벌 유가는 한때 두 배 이상 뛰었다가 안정됐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 약 20% 높은 수준이다. 국내 경유 가격도 26.3% 높아 건설 공사 원가 상승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유가 급등 후 20% 높은데…건설현장은 여전히 '경유 의존'

건설업계는 유가 상승에 특히 취약한 산업으로 꼽힌다. 굴착기와 덤프트럭, 콘크리트 믹서트럭 등 주요 장비 대부분이 경유를 사용하고 물류비도 유가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중장비 대부분이 경유를 쓰고 물류비도 유가에 연동되는 산업 구조를 감안할 때, 원유 의존을 줄이는 친환경 장비 전환이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전략 과제라고 짚었다.

해외에선 굴착기, 콘크리트 믹서 트럭, 덤프트럭 등 주요 장비의 전기·수소 기술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볼보의 23톤급 전기 굴착기 EC230 Electric은 450kWh 배터리로 7~8시간 작업이 가능하고, 250kW 급속 충전으로 20%에서 80%까지 약 1시간이면 충전이 끝난다.

HD건설기계는 현대차그룹과 15톤급 수소 굴착기 HW155H를 실증 중이며, 중국 전기 콘크리트 믹서 트럭의 신규 도입 비율은 2021년 2% 미만에서 2025년 약 70%, 2만 대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볼보그룹코리아가 지난 1일 세종시 5-1생활권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건설현장에서 열린 건설자동화 시범사업 개막식에서 친환경 고효율 전기 굴착기, 원격 조종 무인 굴착기, 전기 구동 무인운반장비 등 볼보건설기계의 최첨단 건설장비들을 활용한 협연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볼보그룹코리아 제공) 2021.11.2 ⓒ 뉴스1
장기적으로 이익인데…비싼 전기 장비, 누가 먼저 사나

국내에선 디젤 대비 최소 40% 이상 비싼 전기 장비 가격과 긴 충전 시간, 짧은 가동 시간, 배터리 내한·내열 성능 한계 등이 보급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을 기준으로 전기 믹서 트럭을 10년 운용하면 내연기관 대비 약 120만 위안(약 2억7000만 원)을 절감할 수 있지만, 단기 자금 사정이 투자 결정을 좌우해 장기 편익이 의사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현실도 지적된다.

여기에 원도급사는 원가 상승분을 발주처에 전가하기 어렵고, 장비를 실제 운용하는 하도급업체와 차주는 고가 장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친환경 전환 비용이 공급망 말단에 집중되는 '편익·비용 불일치' 문제도 심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이 스위스에서 총 누적 주행거리 1,000만 km를 돌파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현대차 제공) 2024.6.12 ⓒ 뉴스1
보조금·입찰 가점·충전 인프라…패키지로 밀어야 움직인다

해법으로 연구진은 공공조달을 활용한 초기 수요 창출과 인센티브·인프라 패키지 지원을 제안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시가 2025년부터 시 발주 공사 현장 장비와 차량의 100% 전기·수소 구동을 의무화하는 탄소배출 제로 정책을 시행하는 만큼, 국내 공공공사에서도 친환경 장비 사용에 보조금, 입찰 가점, 충전·수소 인프라 구축, 배터리·수소연료전지 연구개발(R&D) 및 실증 사업을 묶은 전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태준 신성장전략연구실장은 "건설중장비의 탈원유 전환은 비용 부담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필수 선택"이라며 "장비 보급과 인프라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