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시장 흔드는 '30대 슈퍼 바이어'[박원갑의 집과 삶]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30대가 주택시장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이들이 보여주는 위상과 파급력은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단순한 시장 참여자를 넘어 판도를 좌우하는 '슈퍼 바이어'(Super Buyer)로 진화하고 있어서다. 주택시장의 강력한 견인차인 동시에 가격 변동성을 확대하는 핵심 세력으로 급부상한 모양새다. 집값 상승에 쫓겨 추격 매수에 나섰던 수년 전의 '패닉 바잉'(공포 매수) 시절과는 질적 성격도 궤를 달리한다. 요즘 주택시장 전반이 과열 국면이 아님에도 이들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국지적 급등세가 연출되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러한 흐름을 이끄는 주역은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30대 고소득 맞벌이 가구다. 이들은 윗세대의 자산 증식 공식을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 실질적인 구매력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이렇듯 주류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이들의 독자적인 선택이 주택시장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통계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대별 아파트 매수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지역의 30대 거래 비중은 45.8%에 달했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31.4%)에 비해 14.4%포인트(p)나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26.2%에서 32.3%로 늘어난 전국 평균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세다.
출퇴근이 편리하고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부도심일수록 30대의 진입은 더욱 거세다. 최근 1년간 성북구(40.8%→55.5%), 관악구(38.6%→54.2%), 동대문구(30.3%→50.3%) 등은 전체 거래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이런 현상은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안양 동안구(35.0%→58.1%), 광명(39.5%→56.4%), 성남(32.7%→51.2%), 용인 수지구(37.8%→49.1%) 등 경기 남부에서도 더욱 확연하게 두드러진다.
당연하게도 30대 매수 비중이 높은 지역의 아파트값은 요동쳤다. 30대의 적극적인 매수가 시장 변화의 뚜렷한 도화선이 된 셈이다. KB부동산 아파트 시세 조사 결과 올해 들어 5월까지 광명(11.17%), 용인 수지구(10.18%), 안양 동안구(9.74%), 관악구(9.15%), 동대문구(9.04%) 등의 높은 상승세는 이들의 진입 시점 및 선호 지역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
요즘 30대의 가장 큰 차별점은 맞벌이 중심의 '결합 자본력'의 힘에 있다. 과거 기성세대의 주류를 이뤘던 전형적인 모델이 외벌이였다면, 지금의 30대는 동질혼(Homogamy) 기반의 고소득 맞벌이가 주축이다. 2024년 기준 30대의 맞벌이 비중은 61.5%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전문직과 대기업 종사자 간의 결합으로 형성된 이 쌍벌이 자본력은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구매력을 발휘한다. 서울 아파트값이 전국 평균의 3.3배에 달함에도 30대의 매수세가 집중되는 배경이다.
여기에 급여 소득에만 머물지 않고 주식시장을 통한 다변화한 투자 소득이 더해지면서 이들의 자본 체력은 한층 탄탄해졌다. 따라서 30대 전체를 하나의 평균값으로 묶어 보기보다 구매력을 갖춘 유효수요 그룹으로 세분화해 접근해야 지금의 시장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다.
지금의 수도권 주택시장 움직임을 경기 남부의 반도체 상여금 특수 효과로만 제한하기는 어렵다. 우선 상대적으로 덜한 대출 규제에다 전셋값 상승과 매물 품귀가 매매 수요를 자극한 측면이 없지 않다. 또 공공분양이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고소득 맞벌이 부부들의 불안감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자산이나 소득 제한에 걸려 청약 당첨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자 기존 주택 매매로 선회한 것이다. 원래 30대는 분양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는 비중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세대다.
여기서 주목할 핵심 요인은 윗세대의 기대나 방식을 따르지 않는 '비동조'(Non-conformity) 성향을 꼽을 수 있다. 고가 주택을 보유한 기성세대는 보유세 변화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등 세제 민감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나고 중저가 주택을 소비하는 30대는 그런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윗세대 중심의 규제나 시장 통제 메커니즘이 이들에게는 전혀 다르게 작용하는 새로운 변수가 된 셈이다.
과거 수도권 주택시장은 강남과의 동조화 현상이 뚜렷했다. 그러나 최근 강남권이 주춤해도 비강남권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역시 부모 세대와는 궤를 달리하는 30대만의 독자적인 주택 소비 패턴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30대는 단군 이래 재무 지능이 가장 뛰어난 세대다.
이들 세대의 '마이 웨이'는 부동산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복잡하게 만든다. 결국 베이비부머나 X세대 중심의 기존 규제 틀만으로는 이들을 온전히 제어할 수 없다. 주류 질서에 구애받지 않는 30대의 심리와 자본 역량을 정밀하게 읽어내는 일이 향후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 한쪽에 쏠리기보다 중심추를 잡고 부동산시장을 균형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나와 강원대에서 부동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KDI 경제전문가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인의 부동산심리', '부동산미래쇼크','박원갑 박사의 부동산트렌드수업' 등이 있다.
opini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