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못 사니 빌라 산다…서울 빌라값 상승률 두 달째 역전

4월 상승률 0.62%로 아파트 추월…거래량도 1년 새 48.6% 증가
전세난에 실수요 이동·정비사업 기대감 겹쳐…과열 경계론도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빌라 밀집 지역 모습. 2026.5.22 ⓒ 뉴스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서울 빌라 매매가격 상승률이 두 달 연속 아파트를 웃돌았다. 치솟은 아파트 가격과 전세 물량 부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빌라 시장으로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빌라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0.62%를 기록하며, 아파트 상승률(0.55%)을 웃돌았다. 지난 3월에도 빌라 상승률은 0.53%로 아파트(0.34%)보다 높았다.

부동산 업계는 집값 상승기 빌라 가격 상승률이 아파트를 앞지르는 현상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2022~2023년 부동산 침체기에는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는 동안 빌라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며 나타난 현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아파트와 빌라가 함께 오르는 상황에서 빌라 상승률이 더 높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기피 현상이 심화했던 점을 고려하면 (역전 현상은) 더 이례적"이라며 "아파트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이 빌라 시장으로 수요를 밀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전세 대신 빌라 매입…거래량도 49% 급증

거래량과 거래금액 등 전반적인 시장 지표 역시 회복세다.

부동산플래닛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서울 연립·다세대 매매 거래량은 총 1만 20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8741건)보다 16.7% 증가한 것이며, 거래 절벽에 가까웠던 지난해 같은 기간(6864건)과 비교하면 48.6% 급증한 수치다. 분기 기준 올해 1분기 거래량은 2022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최고치다.

1분기 서울 빌라 총매매 거래금액은 4조 3261억 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6.8% 늘었고, 지난해 1분기(2조 6069억 원)보다는 65.9% 증가했다. 시장에 자금이 빠르게 유입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모습. 2026.5.18 ⓒ 뉴스1 최지환 기자

업계는 최근 빌라 시장 회복의 가장 큰 배경으로 아파트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을 꼽는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3억 원을 돌파한 데다 대출 규제도 촘촘해졌다. 여기에 아파트 전세 물량 감소로 전셋값까지 오르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빌라 매수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서울 외곽 지역 중개업소를 중심으로 "비싼 전세보증금을 내느니 차라리 신축 빌라를 매입하겠다"는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원·성북·은평구 등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수요가 증가하는 분위기다.

정비사업 기대감에 투자수요도 유입

실수요뿐 아니라 정비사업 기대감도 빌사 시장에 온기를 더하고 있다.

동작구 상도동과 광진구 구의·자양동 등 일대에서는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등 정비사업 기대감이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향후 아파트 입주권 확보를 기대한 투자 수요도 일부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서울 아파트 갭투자(전세 낀 매매)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실거주 의무화 등으로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하지만 빌라는 상대적으로 대출 및 세제 규제에서 자유롭고, 1억~2억 원대 소액으로 갭투자가 가능하다 보니 틈새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빌라 시장 회복은 아파트 시장의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에 따른 대체 수요 성격이 강하다"며 "빌라는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개별 자산별 편차도 큰 만큼 정비사업 기대감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