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1년]대통령 SNS만 보는 집주인들…'부동산 메시지' 정치에 시장 긴장
양도세·토허제·임대사업자 규제까지…SNS가 정책 신호 역할
정책 추진력 높였지만 시장 과민반응·탑다운 정책 우려도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이 시장에서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정책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부터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손질 검토까지 주요 부동산 정책이 대통령 메시지를 통해 먼저 공개되면서 '대통령 발언→시장 반응→정책 추진'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정부에서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대통령은 원칙만 제시했던 것과 달리, 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세제·대출·집값 관련 메시지를 직접 내놓으며 정책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정책 추진 동력을 높였다는 평가와 함께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1일 LH토지주택연구원(LHRI)이 발간한 '취임 이후 9개월, 대통령 부동산 메시지' 보고서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4일 취임 이후 지난달 3일 싱가포르 국빈 방문 시점까지 약 9개월간 총 45건의 부동산 관련 공식 발언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발언 원문 분량만 약 2만 자 수준이다. 이후에도 관련 메시지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과거 대통령들과 비교해 직접적이고 빈도가 높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속해 온 격의 없는 SNS 소통 방식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 주요 부동산 정책 방향 상당수가 대통령 발언을 통해 먼저 시장에 공개됐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대출 연장 중단, 임대사업자 양도세 감면 검토,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의무 유예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양도세 중과 유예 재연장 기대는 오산"이라는 대통령 발언은 정부의 규제 강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이후 다주택자 매물이 실제 시장에 출회되며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 압력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직접 메시지가 정책 추진력과 시장 경고 효과를 동시에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정책 방향성을 제시해 기대 심리를 관리하고 정부 의지를 명확히 전달했다는 것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통령 메시지를 통해 방향성을 보다 빠르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며 "적절한 수준의 메시지는 시장에 대응 신호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은 대통령 메시지 자체가 정책의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대통령 발언을 사실상 확정된 정책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부처에서도 강력하게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즉흥적인 메시지가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책 검토 단계와 확정 단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 발언이 먼저 공개되다 보니 시장이 과민 반응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SNS를 통해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보유세 수준을 비교한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저도 궁금했습니다. 선진국 주요 도시 보유세,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이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곧바로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강남권과 고가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세 부담 확대 우려가 확산되면서 시장 불안 심리가 자극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 등이 "구체적인 지시는 없었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직접 소통 방식이 정책 추진력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책이 관계 부처 간 충분한 검토와 조율,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운영되기보다는 대통령 메시지 중심으로 움직이는 인상을 줄 경우 부처 차원의 정책 검토 과정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세부 정책까지 대통령이 직접 조율하면 부처에서도 검토 과정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큰 틀에서 방향 제시를 통한 의견을 피력하는 정도가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통령의 메시지에 따라 포모(FOMO) 심리나 과도한 해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숙의없이 탑다운 형태로 정책을 만들게 되면 부실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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