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수주절벽 현실화…해외건설 72% 급감
중동 수주 91.6% 급감…대형 신규 프로젝트 사실상 실종
건설사들 동남아·중앙아시아로 눈 돌려…"위기관리 우선"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중동 분쟁 여파로 해외 건설 수주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들어 중동 지역 신규 프로젝트 발주가 사실상 멈추면서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넘게 감소했다.
해외 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 건설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중동 대형 프로젝트로 실적을 쌓아온 건설사들의 외형 축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해외건설 수주액은 29억 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100억 8000만 달러) 대비 72.3% 감소한 수치다.
우리 기업의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시장의 감소 폭이 눈에 띈다. 올해 중동 수주는 약 4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 55억 9000만 달러에서 91.6% 급감했다.
올해 중동 지역 대형 사업 신규 수주는 쌍용건설의 아랍에미리트(UAE) 키파프 레지던스 개발사업(2억 4000만 달러)이 유일하다. 이외 나머지 수주액은 기존 사업 계약 금액 증액분이 대부분이었다.
삼성물산(028260) 건설부문의 UAE 해상선로 송전공사 증액 계약(1억 5000만 달러) 정도가 눈에 띄지만, 과거와 같은 초대형 중동 EPC 공백을 메우기에는 부족한 규모다. 지난해 삼성E&A(028050)의 UAE 메탄올 프로젝트(약 16억 9000만 달러), 현대건설(000720)의 사우디 태양광 발전 연계 380㎸ 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 2건(약 3억 8900만 달러) 등 대형 계약이 이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중동 분쟁 여파로 현재 사우디, UAE 등 중동 국가들의 신규 발주 절차는 중단된 상태다. 발주를 목전에 앞둔 프로젝트들도 일정이 밀리거나 발주 자체가 취소됐다.
한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없었다면 이미 중동 쪽에서 여러 수주 계약이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대신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다른 아시아 지역 수주가 확대되고 있다. 올해 1~4월 아시아 수주액은 13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7억 달러) 대비 87.0% 증가했다. 전체 해외 수주 가운데 비중은 44.8%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까지 중동 중심이었던 해외 수주 구조가 아시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포스코이앤씨는 태국에서 3억 4071만 달러 규모의 'TTT Chang 에탄 터미널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또한 우즈베키스탄 '우르겐치 국제공항 현대화 및 운영사업'(1억 3000만 달러)을 따내며 힘을 보탰다.
해외 수주 시장 침체 속 건설사들의 외형적 축소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은 사우디·UAE·쿠웨이트 등의 에너지·인프라 투자 확대 수혜를 집중적으로 받아왔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매출(31조 629억 원) 중 약 40%(12조 373억 원)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지난해 매출 중 53.5%가량이 해외 매출이었다. 주택을 제외한 토목·플랜트·에너지 사업은 해외 수주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건설사들이 유럽, 북미·태평양, 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도 특정 지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동 지역의 중요성이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에도 에너지·인프라 분야 신규 발주가 꾸준하다. 일부 건설사는 현지 발주처와 오랜 기간 관계를 쌓아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어서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비중이 큰 건설사들의 경우 수주보다는 기존 공정에 차질을 빚지 않게 위기관리에 치중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향후 전후 재건 수요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중동 시장에 대한 중요도는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gerrad@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