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 못 읽은 현대건설·보고 공방 서울시…GTX 삼성역 총체적 난국

현대건설, 도면 오독으로 GTX 삼성역 철근 178톤 누락
서울시, '해당 사항 없음' 기재 논란…GTX-A 개통 지연 우려

17일 서울 강남구 GTX-A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공사 현장의 모습. 2026.5.17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김동규 기자 =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의 핵심 거점인 삼성역 구간 공사에서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이 기초적인 설계 도면 해석 오류로 178톤(t)에 달하는 철근을 누락 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상위권 건설사의 시공 오류로 발생한 이번 결함은 이후 발주처인 서울시의 보고 논란과 맞물리며 국가 핵심 국책사업의 공정 관리 전반에 난맥상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건설업계와 관계 기관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GTX-A 삼성역 정거장 구조물 공사 과정에서 철근 약 178톤을 누락 시공했다.

누락 시공의 직접적인 원인은 현장의 도면 해석 오류다. 설계 도면상 철근을 두 줄로 엮어야 하는 '투 번들'(복배근) 구간을 현장 관계자가 한 줄인 '원 번들'(단배근)로 잘못 파악해서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대심도 지하 역사의 핵심 하중을 버텨야 할 기둥 80개의 주철근이 대형 건설사 현장의 기본적인 도면 해석 오류로 설계 기준치를 크게 밑돌게 된 것이다.

'투 번들'을 '원 번들'로…178톤 철근 누락

현대건설의 시공 오류는 단순한 공정 지연을 넘어 행정 시스템 붕괴의 단초가 됐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자체 품질 점검 과정에서 누락 사실을 파악하고 발주처인 서울시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하지만 시공사로부터 중대 결함을 보고받은 서울시는 상위 기관이자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에 해당 사실을 즉각 공유하지 않았다.

철도공단이 전날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매월 제출하는 건설사업관리보고서의 방대한 서류 속 '개인별 업무일지' 항목에만 관련 내용을 일부 기재했을 뿐, 정작 중요한 '주요내용 요약'이나 '시공실패 사례' 항목에서는 해당 사실을 명시하지 않거나 '해당사항 없음'으로 기재했다.

결과적으로 도면 하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현대건설의 1차적 실패가 발주처의 늑장·부실 보고로 이어졌고, 무정차 개통 등 주요 일정을 협의하던 국토부와 철도공단의 공정 관리에 치명적인 차질을 빚게 한 셈이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대형건설사에서 발생하기 어려운 실수"라며 "실수가 있었더라도 발견 시간과 인지, 보고 등이 늦어진 것 역시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는 것으로 보여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계동사옥 (현대건설 제공) ⓒ 뉴스1 윤주현 기자
GTX-A 개통 차질 우려…국토부 특별점검 착수

현재 현대건설과 서울시는 누락된 기둥 구조물에 대한 보강 계획을 수립해 후속 조치에 나선 상태다. 현대건설은 철근이 누락된 기둥 외벽 전체를 두꺼운 강철판으로 감싸 용접하는 보강 공법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이 보강 공법을 적용하면 축하중 강도가 6만 915kN으로 늘어나 당초 설계 기준(5만 8604kN)을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GTX-A는 '운정중앙~서울역', '수서~동탄'으로 분리 운영 중이다. 정부는 8월 삼성역 무정차 통과를 시작으로 두 구간을 잇고 내년 하반기 삼성역에 정식 정차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둥 보강 공사와 국토부의 후속 구조 검증 절차가 길어지면서 무정차 개통 시점은 연말 이후로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철저한 사전 검증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시공사가 제안한 공법에 대해 공인기관 검증이 완료된 이후에만 보강 공사 재개를 허용할 방침이다.

철도공단 측은 "개통에 영향을 주는 중대결함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직접 보고받거나 협의하지 못했다"면서 "서울시가 수립한 보강 계획과 이미 시공된 구조물의 안전성에 대해 철저히 별도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또 약 한 달간 특별 현장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문제가 된 공사 현장뿐 아니라 현재 시공 중인 전체 구조물과 건설 모든 과정의 적정성을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점검 결과에 따라 건설사업자, 감리자 등에 대한 벌점, 시정명령, 과태료 등 필요한 조치를 철저히 시행할 예정"이라며 "국민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철저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