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와 전셋값 '비슷한 수준'…지방 깡통전세 위험 커진다
전세가율 80% 넘는 지역 20곳…비수도권 집중
목포·강릉·경주서 사례 잇따라…"보증보험 가입 필요"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최근 결혼을 앞두고 경주 전셋집 가격을 살펴보다 놀랐다. 이달 거래된 아파트 전용 113㎡ 매매가격이 전세가격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전세 보증금 미반환 우려에 매물을 좀 더 꼼꼼히 보기로 했다.
최근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이 80%를 넘는 지역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증금 반환 보증상품 가입 등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3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3월 기준 아파트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지역은 총 20곳으로 집계됐다. 경기 이천(83.6%)·여주(82.0%)를 제외하면 모두 비수도권 지역이다.
지방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청주 서원구(85.5%)였다. 이어 △목포(84.4%) △광양(84.2%) △익산(83.5%) 순이었다.
마산 회원구(83.0%), 광주 북구(82.8%), 포항(82.4%) 등 지방 거점도시도 전세가율이 80%를 넘었다.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깡통전세' 리스크 매물로 분류된다. 매매가격이 전세 보증금 이하로 떨어지면 집을 팔아도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구조다. 경매에서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80% 미만인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지방에서는 아파트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와 같은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목포 상동 주공 4단지 전용 58㎡는 이달 2일 8500만 원에 거래됐다. 이어 13일 동일 평형이 전세 보증금 7500만 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1500만 원에 불과한 셈이다.
강릉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강릉 입암금호어울림 전용 84㎡는 3월 30일 3억 원에 팔렸고, 이틀 뒤인 이달 1일 2억 8000만 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매매가격이 전셋값보다 불과 2000만 원 높았다. 집값이 조금만 더 내려가도 보증금 전액 회수가 어려워지는 구조다.
경주에서는 매매가와 전셋값이 같은 사례도 나왔다. 올해 2월 초 황성현대5차 전용 113㎡는 2억 2000만 원에 거래됐다. 1월 중순 같은 평형 전세가격과 동일한 금액이다.
지방을 중심으로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는 것은 집값 하락세 여파로 풀이된다. 지방 시장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매매가격은 떨어지고 있지만, 전세는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쉽게 내려오지 않은 결과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지방에서는 전세가율 80% 초과 현상이 점차 일반화되는 흐름"이라며 "투자 수요 감소로 매매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 세입자의 경우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세가율이 높은 매물이나 등기부등본상 근저당 비중이 큰 주택은 피해야 하며, 보증금 반환 보증상품 가입도 필수적인 대책으로 꼽힌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교수는 "매물을 고를 때 전세가율이 높은 매물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보증부 월세 계약이나 보증보험 가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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