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청약' 키운 분양가 상한제…제도 손질론 재점화

강남 상한제 단지 수천대 1 경쟁률…시세차익 기대 수요 집중
현금 부자 중심 청약 구조 고착…청약통장 이탈까지 확산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서 시민들이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견본주택을 보고 있다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분양가 상한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강남권 상한제 적용 단지에서 수십억 원대 시세차익이 기대되면서 청약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리면서다.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과열을 부추기며 청약 제도의 취지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 단지 과열…비강남권 분양가 역전 현상도

1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 1순위 청약에서 30가구 모집에 3만 2973명이 신청해 평균 109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 민간분양주택 기준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청약 흥행 요인은 단지에 적용된 분양가 상한제다. 해당 단지 전용 59㎡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17억 9340만∼18억 6490만 원 수준이다. 인근 서초그랑자이 전용 59㎡가 지난 1월 35억 5000만 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20억 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서초구 '오티에르 반포' 역시 청약 과열 양상을 보였다. 지난 13일 1순위 청약에서 43가구 모집에 3만 54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710.2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설원가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로, 주택 시장 과열을 억제하고 실수요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에 적용되고 있다.

다만 시장 가격과 분양가 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 안정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거액의 시세차익을 보장하는 구조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거주 목적을 넘어선 투자 수요까지 청약 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

여기에 고강도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현금 동원력이 있는 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주택 실수요자 보호라는 제도 취지와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비강남권 단지의 분양가가 강남권을 웃도는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서울 영등포구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은 전용 59㎡ 최고 22억 원대, 84㎡는 25억 원대 분양가가 책정됐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됐다.

무용론에 제도 손질 목소리…"분양가 상한제 일부 손질 필요"
견본주택을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아파트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장수영 기자

청약통장 무용론도 확산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는 2605만 1929명으로, 전달 대비 약 3만 5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10·15 대책 발표 직후(2631만 2993명)와 비교하면 약 26만 명이 이탈한 수치다. 낮은 당첨 가능성과 현금 중심의 시장 구조 속에서 내 집 마련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주택채권입찰제' 등 보완책이 거론된다. 이는 상한제 적용 주택 분양 시 청약자가 국민주택채권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 일부를 공공주택 공급 등에 활용하고, 과도한 청약 수요를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수요자의 자금 부담 증가와 공급 위축 등 부작용 우려도 제기된다. 민간 개발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구조인 만큼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도 뒤따른다.

현행 분양가 산정 기준을 일부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주변 시세의 70% 수준으로 책정되는 분양가를 상향해 과도한 시세차익을 줄이자는 취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주변 시세의 70%가 아닌 90%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면 로또 청약 등의 부작용은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위원은 "현재의 원가법 대신 거래사례비교법을 도입해 분양가를 일부 현실화하면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다"며 "가격 안정과 실수요자 유입이라는 긍정적 기능도 있는 만큼 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보다 부분적 손질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