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고삐에 '얼죽신' 주춤…재건축 기대 '구축' 강세

20년 초과 아파트 상승률 1위…역전 현상 6주째
대출 규제 강화에 신축 대신 구축 이동…'몸테크' 확산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30대 직장인 A 씨는 연말 결혼을 앞두고 지은 지 28년 된 서울 구축 아파트를 매수했다. 신축 아파트처럼 커뮤니티 시설도 없고 내부 공간도 낡은 편이다. 곳곳에 수리할 곳도 있지만 대출 여건과 재건축 가능성을 고려해 감수하기로 했다.

최근 서울에서는 준공 2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신축을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낡은 집에 거주하며 재건축 시기를 기다리는 이른바 '몸테크'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서울의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1%로, 연령별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았다.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상승률은 0.03%, 준공 5~10년 이하 준신축 상승률은 0.07%였다.

통상 준공 10년이 지나면 구축 아파트로 분류된다. 재건축 연한(30년)까지 시간이 남은 '10년 초과~15년 이하', '15년 초과~20년 이하' 아파트 상승률은 각각 0.06%, 0.03%로 나타났다.

20년 이상 구축 아파트는 1월 다섯째 주 이후 6주 연속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월 셋째 주 기준 20년 초과 아파트 가격 상승률(0.17%)은 5년 이하 신축(0.03%)의 5배 이상이었다.

구축 아파트 강세에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 이후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높은 신축 아파트 매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향후 재건축·리모델링 가능성까지 고려해 구축 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로 신축 아파트 진입 문턱이 높아지면서 구축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며 "20년 이상이어도 상태가 좋은 구축 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그동안 구축 가격 상승률이 신축 대비 낮았던 만큼 구축을 중심으로 후행 상승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여기에 재건축 기대감까지 반영되면서 구축 아파트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고 있는 점도 구축 가격 상승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 7158가구로 전년(4만 6710가구)보다 약 42% 감소했다.

내년 입주 예정 물량은 1만 7191가구로 올해보다 37% 줄어들 전망이다.

박 교수는 "서울은 입주 물량이 부족하고 신축 가격도 높다 보니 미래의 재건축을 기대하며 구축을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서울 일대 입주 물량이 워낙 없고 신축은 워낙 비싸다 보니 미래의 신축 입주를 노리며 구축을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