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더 떨어지면 연락 주세요"…양도세 중과 앞두고 매수자 우위

동남권 매매수급지수 5주 연속 하락…다주택자 매물 증가 영향
추가 가격 하락 기대감 수요자들…3월말∼4월초 분수령

2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급매' 매물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2026.3.2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걸려 오는 전화 대부분이 '더 떨어지면 연락 달라'는 내용입니다. 누구에게 먼저 연락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양천구 A 공인중개사무소)지난 4일 찾은 목동 일대 한 중개사무소에는 추가 가격 인하 여부를 묻는 매수 대기자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공인중개사는 최근 거래 상황과 시장 분위기를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수요자 대부분은 "더 떨어지면 연락 달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대출 규제+추가 하락 기대…뜸한 실거래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시장의 주도권이 매수자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정부 압박 속에 나온 다주택자 급매물에도 수요자들은 선뜻 계약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거래는 매물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고강도 대출 규제로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데다 수요자들이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수자들이 높은 대출 문턱과 가격 하락 전망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 조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매수 심리를 반영하는 지수는 매주 감소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서울 동남권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0을 기록했다. 동남권의 수급지수는 1월 셋째 주 이후 5주 연속 감소했다. 대출 규제와 탄핵정국 영향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됐던 지난해 2월(98.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다.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날 찾은 중개사무소에도 추가 가격 하락 여부를 묻는 문의가 이어졌다. 일부 수요자들은 기존 가격보다 15% 이상 낮은 초급매를 찾고 있었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 4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대화의 끝은 항상 '더 떨어지면 연락 달라'는 말"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한 공인중개사 역시 "최근 신혼부부가 집을 둘러본 뒤 '더 떨어지면 사겠다'며 돌아간 사례가 있었다"며 "파격적인 가격 인하가 아니면 계약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3월 말부터 양도세 중과 앞두고 '초급매' 가능성
서울 강남구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가격을 낮춘 급매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 뉴스1 안은나 기자

업계에서는 다주택자 절세 목적 매도의 시한으로 꼽히는 3월 말~4월 초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규제 지역에서는 계약 체결을 위해 약 3주간 토지거래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월 초가 가까워질수록 가격을 20% 안팎 낮춘 초급매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양천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세입자가 낀 매물의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일부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며 "평형별로 가격 조정도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매물도 조금씩 늘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4065건으로 집계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 시행을 처음 언급한 1월 23일(5만6219건)과 비교하면 약 1만8000건 증가한 수치다.

강남권에서도 가격 조정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83㎡는 직전 실거래가보다 36억 원 낮은 92억 원에 매물로 나왔다. 성북구 길음뉴타운에서도 다주택자 매물이 늘면서 호가가 약 1억 원가량 조정된 상태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에서도 일부 다주택자 매물이 등장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불가피하게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다주택자 일부가 마지막 매도 시점인 4월 초쯤 가격을 추가로 낮출 수 있다"며 "시장에 대기 수요도 일정 부분 남아 있어 일부 급매 매물은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gerrad@news1.kr